<중앙칼럼>사회적 통합력의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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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新정부가 들어서고 대형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사회 밑바닥에 좀 어수선한 분위기가 깔리고 있는 것 같다.심지어『지상과 하늘과 바다에서 큰 사고가 났으니 이제 지하(지하철)만 남았다』는불길한 농담들이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들 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뭔가 사회의 한쪽 구텡이가 뚫려있는 느낌,국가 기강을 확립하자는 소리가 먹혀들지 않는 어떤 벽이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그토록 서슬퍼런 司正이 몇개월째 계속 되고 있는데 사회 기강이 풀렸다는 것은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이 모든 것을 또守舊세력의 반발이나 反개혁적인 음모로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이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가.단순한 우연으로 대형 사고가 겹치고 있을 뿐인가,아니면 우리 사회의 어딘가가 잘못 되어있기 때문인가,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계제다.우리 사회의 온갖 힘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는 사회적 통합력이 혹시 흐트러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60,70년대 우리 사회엔 국민들을 한 곳으로 결집시키는 지향점이 있었다.아침마다 울려퍼지는「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에 국민들은 주먹을 불끈 쥘 수가 있었다.『그래,우리라고 평생 지지리 못살란 법 있나.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모두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제2의 경제도약을 위한 정부의 결의와 민간기업들의 분발이 나타나고 있긴 하다.그러나 新韓國을 건설하자는 소리,선진 도약을 이룩하자는 부르짖음이 왜 강한 求心力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이제 文民정부가 되고 지난 날의 왜곡된 軍部통치,政經유착의 부정과 부패를 청산하는 개혁이 시작되었는데도 사회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웃 日本은 經濟大國을 넘어 이제는 「생활의 質」을 부르짖으며 生活大國을 지향하고 있다.그런데 우리는 경제대국은 커녕 다른 아시아의 경쟁자들을 뒤따르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코노미스트등 세계 유수의 경제전문지들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선진국 시장에서 뒤처지니까 싼 노동력을 이용한 低價品으로 후진국 시장이나 겨냥하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우리는 美國의 하류백화점 체인인 K마트에서도 中 國에 밀려나고 있는 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출상품의 품질향상으로 선진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어왔건만 韓國경제를 선도하는 대기업들이 고품질화는 커녕 더 낮은 곳으로만 임하고 있는 것이다.대기업의 안이한 경제운영이 어찌 그들만의 일이겠는가.결국은 우 리에게 이런정신의 안이함과 패배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번 사회적 통합의 회복이 시급하다.恨풀이식 司正으로 찢어지고 동요하는 불안정 상황에서 벗어나 온 국민을 한곳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국민적 志向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신정부는 개혁의 지속화를 위한 인간개조,의식개조를 부르짖고 있다.앞으로 대대적인 국민의식개혁 캠페인이 전개될 전망이다.거기에는 강한 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인간개조라는 것이 마치 환부 잘라내고, 쓰레기 치우듯 되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캄보디아가 국민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백만명을 학살했지만 그 킬링 필드의 현장에서 국가적 동질성이 확보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적.이념적 원한과 증오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역사적인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때문에 사회적 통합은 懲罰과 外科手術로만 달성되지는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묻고 썩혀 새로운 진전의 거름으로 쓰는 堆肥的 처방도 필요하다.
최근 청와대는 사회 지도자들.재계의 지도자들, 그리고 서민대표들도 만나 다시 한번 한국의 도약을 위해 힘을 내자고 역설하고 있고 한다.
지도자가 칼국수를 먹으며 희생하는데 안될 게 뭐냐고 강조하고있다 한다.그러나 그것만이 공동의 목표를 인식케 하고 함께 뛰도록 하는 충분한 動因이 될 수는 없다.
***「國民속의대통령」기대 더군다나 과거의 개방적 자세와는 다른 獨善과 권력 스타일에 대한 지적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이다.국가적 통합력 회복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속에 뛰어들어 국민을 향해 다시 한번 뛰자고,다 시 한번 힘을 내자고 이끌어 가는 비전을 가진정치인으로서의 본령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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