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국체전 대회운영 미숙..스포츠정신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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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문민정부 출범후 처음열리는 광주체전이 대회중반에 접어들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육상.수영.역도등 각종 기록경기에서 한국신기록이 연일 터져나와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던 대회관계자들도 기쁜 표정이 역력하다. 또 경기장 밖에서는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화합을 다지기 위한영.호남간 교류행사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외지손님을 맞은 광주시민들의 인정도 따뜻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87년 광주체전에 참가했던 경기인들은 광주가 살아났다고입을 모은다.타지에서 찾아온 철새상인들의 바가지상혼과 냉랭한 관중석등 다소 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이번 체전이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야를 조금 좁혀 경기장을 들여다 보면 느낌이 조금 달라진다.스포츠정신이 손상된 사례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레슬링경기에서는 기권이 속출했다.계체량에 실패한 것이이유지만 전국체전에 대한 선수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것이다.또어떤 선수는 한번도 싸우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경기준비와 진행도 마찬가지다.
수영장에서는 전광판기록장치가 고장나 판정시비끝에 시상식까지 마친 은메달과 동메달의 임자가 바뀌는 사태도 있었다.하키경기장은 경기직전 허겁지겁 운동장 지면을 고르는 바람에 불규칙바운드가 빈발하는등 경기에 지장을 받았다.
한술 더 떠 아마추어 스포츠 대제전인 전국체전이 돈으로 오염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과열된 경쟁의식으로 일부 시.도에서는 메달리스트에게 수십만원씩을 장학금이나 경기력진흥금 명목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직장 소재지나 본적지로 소속팀을 정할수 있는 제도를악용,우수한 선수들을 돈을 주고 끌어모았다는 얘 기도 들린다.
물론 몇푼의 돈을 보고 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또 점차 프로화되는 시대에 사기진작용 포상금이나 격려금이 무슨 문젯거리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어느 규모로든 현금수수가 관행화될때 아마추어 스포츠가 악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더 멀리,더 빨리,더 높이」라는 슬로건속에 담겨진「최선」의정신이 무진벌을 빛내기를 기대해본다.
[광주=李德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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