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면 기습능력 갖춰/「국방백서 93∼94」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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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백50만명 즉각 전선투입 가능/병력은 1.6,장비는 2배 우위/한·일·중국도 군사력 증강… 국지분쟁 가능성 커져
13일 발간된 「국방백서 93∼94」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한국도 이에 못지않게 전력증강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속에서도 사정거리 1천㎞의 노동1호 시험발사를 성공리에 끝마쳤고 전차 및 화포의 질적 개선,공기부양정 건조,미그29·21 자체생산 추진 등 공격적인 최신예 군비증강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비해 병력 2만명·1개 군단·8개 여단·전차 1백대·화포 5백문·함정 30척 등을 증가시켰다.
북한은 또 플루토늄 확보에서 재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핵연료 주기완성에 주력하는 한편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기폭장치 실험을 실시하는 등 제반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돼 핵무기 제조 직전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재처리 완성주력
한국도 입체 고속기동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차·장갑차·자주포·헬기 등 핵심 주요전력과 전투공병장비 등 지원장비를 보강,기동성을 높이는 한편 전력구조를 경량화하고 있다.
또 해상전력으로는 현재 노후화된 해상초계기를 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신형(P­3C)으로 대체하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대탄도탄 유도무기·휴대형 지대공 미사일(SAM) 및 단거리 유도무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백서는 그러나 북한이 아직도 남한에 비해 병력 1.6배,장비 2배,즉각 투입가능한 동원전력 6백50여만명 등 상대적 우세를 확보함은 물론 대부분의 군사력을 평원선(평양∼원산) 이남에 전진배치(병력 65%·함정 60%·항공기 40%)하고 있어 한국군이 방어준비를 완료하기 이전에 전면기습공격을 강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가 이처럼 한국군 전력증강계획·현황을 소상하게 밝힌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군의 자신감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전력구조 경량화
백서는 또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군사정세에 대해 전례없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들의 최근 군사전력을 소개하면서 탈냉전후 동북아정세를 「화해분위기 확산과 불확실성 증대」로 특징짓고 새로운 질서개편을 둘러싼 복잡한 안보전략의 대두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견지해온 「2개 지역 동시승리전략」(WIN­WIN)을 고수하면서 한반도지역에 대한 방위공약을 다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공군 위주의 신속대응 전략을 지향하면서 해외주둔 미군에 의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남측 자신감 표시
러시아는 「세력확장」 전략에서 탈피해 영토보전을 위한 순수 방위전략에 따라 극동지역 군사력과 작전활동을 축소하고 있으나 아·태지역을 계속 중시,감축된 장비를 우랄동쪽에 전환배치하고 T­80전차·키예프급 항모·키로프급 순양함·수호이 24 전투기 등 신예무기의 질적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도 병력의 감축을 지향하나 국방비를 매년 10% 이상씩 증액함으로써 첨단무기 개발·항공모함 건조 추진 등 질적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최신예 무기도입 위주의 방위력 정비계획(86∼90)에 이어 새로운 방위력 정비계획(91∼95)을 추진하며 올해에는 이지스함·대형 헬기탑재 구축함·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F­15전투기와 P­3C 대잠초계기 도입 등을 통해 군사력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백서는 『탈냉전후 기대됐던 국가간 화해와 협력분위기와는 달리 화합과 갈등,군비감축과 군비증강 등 2중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적 차원의 국지분쟁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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