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일신해야 할 때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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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사회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 여객선참사,냉해,계속적인 경제침체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울적하고 사회 어느 분야도 안정감이나 활력을 찾기 어렵다.
왜 이렇게 됐는가. 여객선 참사가 가슴아픈 대형사고지만 어느 사회든 사고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 사고 하나만이라면 사회분위기가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객선 참사에서 우리는 단순한 사고보다 더 심각하고 큰 문제를 느끼고 뭔가 분위기를 바꿀 쇄신의 노력이 시급함을 깨닫게 된다.
김영삼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난 지금 새 정부에 대한 초기의 부푼 기대감이나 신선한 열정 같은 것은 많이 사그라진게 사실이다. 대신 해난사고에서 보듯 행정은 나사가 빠졌고 각종 행정기관의 단위조직은 상식적 수준의 기능도 발휘하지 못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대형참사가 아니더라도 경제는 성장이 떨어지고 실업자는 늘고 있으며 수출은 선진국시장을 포기하고 제3세계를 기웃거린다는 말을 듣고 있다. 전교조나 한­약분쟁 같은 사회적 갈등은 대책없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심화되기만 한다.
이런 모든 현상은 결국 정부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심과 불안감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새 정부의 국가경영능력을 믿어도 괜찮을지,이대로 가다가는 또 무슨일이 벌어질지 사람들의 가슴에 이런 의구심이 자라나고 있다. 정부는 여론조사의 지지율에 도취되기 보다는 바로 이런 사회 저류를 냉철히 읽고 분위기를 일신할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보기에 가장 시급한 일은 인사개편이다. 여객선 사고와 같은 저런 대형참사를 두고도 문책인사를 늦추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장관을 자주 갈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인사방침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나 이미 능력이 드러난 경우,적재가 아님이 객관화된 경우까지 인사를 미루는 것은 정부나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필요한 인사개편의 빠른 단행을 바란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건 행정의 전문성이 강화돼야겠다는 점이다. 공직물갈이 과정에서 많은 아마추어들의 등장을 보게되고 정부의 여러 중요 분야에서 최근 전문성 부족을 많이 느끼게 된다. 실명제 만하더라도 처음부터 전문가들을 동원해 더 세심·신중하게 작업했던들 과정의 대가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정부가 국정방향을 명백히 하도록 촉구하고 싶다. 대통령이 과거와의 화해와 미래건설을 말했지만 그에 따른 구체적 시책은 없고,아직도 정부의 체중이 어디에 실려있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사회분위기로 보아 이런 흐리멍텅한 상태가 계속돼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는 정부가 체면이나 인기에 매이지 말고 빨리 우리 사회가 정상가동되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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