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아리송한 해외공관 감사/오병상 정치부기자(국감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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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외무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6일 미주반과 아주·구주반의 두팀으로 나눠 출국,열흘 일정으로 해외공관에 대한 감사중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적지않다.
첫째는 예산 부족과 관례라는 이유로 속기사를 동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법에 따라 공식회의는 속기형태의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인 국정감사에 속기록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무얼 했는지도 알기 힘들다.
둘째로 국감대상 대사관의 선정과 그 일정이다. 지난 6일 출국할 당시 구주반은 일본을 들러 8일 러시아의 모스크바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루전인 7일 『러시아의 정정이 불안하다』며 행선지를 예정에 없던 프랑스 파리로 바꿨다.
그러나 러시아 정국혼란의 분기점은 감사반이 출국하기 이틀전인 지난 4일 옐친의 보수파에 대한 유혁무력 진압이었음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의사일정 변경은 즉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작스런 일정변경 때문에 「증인채택은 1주일전에 본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증인을 부를 수 없어 파리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못했다.
그런데 유독 일정중 미국과 일본은 매년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 제다 작년에 감사반은 미국과 일본·중국 등 3개국들 다녀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국·일본·캐나다·프랑스·독일을 돌고 있다. 나머지 국가는 한번도 가지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국정감사가 아니라 「국감외유」를 해마다 즐기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셋째로 예산부족을 이유로 감사에 참가하지 않은 의원 6명은 열흘간 국정감사활동을 하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부의 예산과 정책을 감시·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인 국정감사를 여비가 없어 못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소수의 감사팀을 구성해 지난해에 갔던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곳을 한곳이라도 더 돌아보고 그동안 남은 의원들은 국내감사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달라지고 있는 국정감사 풍경 속에서 외무통일위만이 구태를 벗지못하고 있지않는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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