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부는 과소비 열풍-평당 5백만원 아파트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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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中國人들 사이에 과소비 열풍이 불고있다.
국내 종합상사 北京지사에 근무하는 한 중국인 운전사는 혼수준비로 자신의 한달 월급보다 10여배 많은 총 6만위안(약 1만달러)을 들여 28인치 TV등 각종 日本産 고급 가전제품을 사들였고,韓國에서도 웬만한 사람은 입지 못하는 3천 위안짜리 최고급 예복을 맞춰 입었다.
鄭溶 三星전자 中國지역총괄본부장은『中國은 가난한 나라로 인식되지만 좀더 가까이 접근해보면 마차를 모는 가난한 사람과 벤츠를 타는 부자,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北京부유층 사이에 韓國의 友邦주택이 中國건설업체인 北進공사와 합작설립한 京友개발이 北京 亞運村 서문부근에 세운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화제가 되고있다.
中國풍습을 가미한 韓國온돌식으로 29,45,58평형 총 1백69가구분 고급아파트 두동을 지을 계획인 京友측은 분양가격을 韓國의 두배 수준인 평당 4백50만~5백30만원으로 잡았다.그런데도 이미 40여명이 예약을 했고 한 중국인은 세채를 한꺼번에 사겠다고 해 京友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인당 GNP가 3백20달러(92년기준)에 불과한「가난한 사회주의국가」中國의 이같은 이상열기는 北京.上海등 대도시의 젊은이들 사이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鄭溶본부장은『개방이후 소득이 높아진 지역주민(약 8천만가구,1가구 4인 식구로 잡았을때 10억인구중 3억2천만명)들을 중심으로 과소비풍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때문에 요즘 중국인들은 과소비 충족을 위한 돈을 향해 뛰고있는 느낌을 준다.
많은 공무원들은 본업 이외에 부업을 갖고있고 고급관료 자녀들중에는 외국기업과의 무역업에 뛰어들고있는 사람도 적지않은데 보수파의 거두 王震의 딸도 홍콩을 무대로 무역업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가치관도 달라져 北京에서 만난 한 여대생(北京체신대학재학)은『우수한 젊은이들은 공무원 대신 월급과 돈 벌 기회가 훨씬 많은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부패도 일부 中國정부관료.경제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수단중의 하나로 최근 中國정부의 부정부패 추방운동에도 불구하고 쉽게 없어지지 않고있다.
中國민간인들이 가장 원하는 자영업(個體戶)권리허가를 둘러싼 부정부패가 심해 한 中國관리는『허가권을 받기위해 관리에게 수만위안을 뇌물로 주는 경우가 적지않고 어떤 사람은 돈을 마련하기위해 딸을 팔았다가 처벌받은 적도 있다』고 귀띔했 다.
일부 韓國기업인들도『리베이트가 없이는 中國기업과 거래하기 힘들다』며『보통 총 거래금액의 10%정도를 주는데 최근 中國정부가 부정부패추방에 나서자 中國기업측이 홍콩의 은행에 돈을 예금시킬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만민의 평등」이란 사회주의 기본 이념과는 달리 개인.지역간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어 中國정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20년이 넘은 낡고 비좁은 10여평 아파트에 대가족이 살며 남루한 옷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다른 쪽에서는 서구식 고급아파트에 첨단 가전제품을 갖추고 살고있는 2중구조의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욱 3년전에는 10위안이면 큰돈이었으나 이제는 푼돈이라는 한 中國주부의 말처럼 치솟는 물가는「돈 버는 재주없는」서민들의주머니를 더욱 죄며 불만을 쌓이게 하고 있다.
中國정부는「경제발전과 체제안정」이란 두마리 토끼 가운데 어느것을 잡을지 정책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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