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광장>문민시대 도시건축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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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그동안 지면관계로 일시 중단되었던 『여성광장』을 다시 시작합니다.사회 각 분야 전문가로서의 시각에 여성의 감각이 더해진 글을 기고할 네명의 필자에게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이들은 앞으로 매달 한번씩 4개월간 글을 쓰게됩니다.
▲金鎭愛(건축가.서울포럼대표)=53년 서울출생.서울大 건축학과卒.美MIT大환경설계학박사▲최윤(소설가.西江大교수)=53년 서울출생.「회색 눈사람」으로 제23회 東仁文學賞 수상▲조은일(작가)=49년 光州출생.『빵점엄마 백점일기』등 저 술▲金弘姬(미술평론가)=48년 咸南咸興출생.이화여대 불문과卒.캐나다 콘코디아大석사(미술사학).『백남준과 그의 예술』등 저술 [편집자註] 「文民시대,新한국」.오늘의 사회를 대변하는 이 개념들이 도시건축에 시사하는 의미란.단기적 문제대응이 아니라 미래비전을 펼치는 계획,투명하고 수준높은 논의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되는 국책결정,프로정신,高단수 정치적 지혜라는 실 천론을 펴보는 것이 어떨까.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민시대에 전개된 국립중앙박물관 신축과 고속철도驛舍 지상화계획은 아주 의아스럽다.
우선 국가의 심장부와도 같은 장소에 권위를 과시하던 총독부 건물이 드디어 없어지게돼 시원하고,국토의 일일생활권이라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 사건들의 내용이 충실하게 합리적 과정에 의해 결정되고 있을까.국립중앙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위치다.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리,오늘의 한국인 뿐 아니라 미래의 한국인이 그 의미를 발견할수 있는 명당에 포석해야한다. 이왕 땅이 있어 용산 가족공원으로 정한 논리라면 우리의 문화긍지가 또다시 보따리살림이 될지도 모른다.
고속철도驛舍의 핵심은 도시 미래발전에 대한 기대다.고속 교통체계의 터미널기능뿐 아니라 새로운 도시기능의 핵으로 자랄수 있는 고속철도驛舍.이것을 단지 재정문제로 지상화해버린다면 도시발전의 기회는 영영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이들 도시건축은 그 상징성과 미래의 중요성 때문에 단기적 재정문제나 실현용 理性을 과감히 뛰어넘는 대응이 필요한 역사적 사건들이다.국민 모두의 비전을 키워야할 사건들이기에 정부의 先결정,국민의 後토론의 수순은 문민시대에 걸맞지 않 다.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왔던가.땅 구입 때문에 시민생활과 멀어진 果川 국립현대미술관,권위적 민족주의의 과시장이 된 독립기념관,우리의 과학기술위상을 살필 틈도 없이 초단기간에 급조돼 외국의기술전시장이 돼버린 엑스포.
可視的인 만큼 정치적 결정이 앞서기 쉬운 도시건축.이러한 성향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문민시대의 과제가 아닐까.新한국의 긍지와 격조가 담긴 도시건축 유산을 미래에 남기기 위해서,도시건축을 통해 新한국의 비전을 키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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