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후 달라진 기업사정-무자료거래 않던 기업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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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전반적으로 모든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일부기업은 매출액이 늘어나는등 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실명제이후 세금계산서를 떼지않고 거래하는 무자료거래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무자료거래를 하지않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힘을기울여온 기업들이 장사가 잘되면서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명제가 정착될 경우 착실하게 세금을 내면서 장사하는 기업들이 음지에서 이뤄지는 무자료거래에 눌려 힘겨워하는일은 없어진다는 사실을 실증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東洋매직 가전사업부문의 경우 지난달이후 매출액이 40%가량 늘어났는데 이는『실명제가 비춰주는「햇볕」에 힘입었다』는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동양매직은 올들어 가전사업을 강화하면서 지난 7월까지는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액이 25%가량 늘었으나 실명제가 실시된 8월이후 40%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 李基承상무는『지난 봄부터 무자료거래를 일절 하지않았는데 처음엔 상인들의 반발로 영업이 어려웠으나 실명제이후 매출액이 급격히 늘어났다』며『원칙에 충실한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斗山음료(주)도 실명제이전 15%에 그쳤던 국내 음료시장점유율이 실명제이후 한달여사이에 16.5%로 높아졌다.
이회사 朴容晩상무는『지난 89년부터 영업사원들이 제품을 차에싣고 다니며 당일판매분을 팔아치우는「루트세일」을 없애고 주문을받은뒤 물건을 배달해주는「先주문 後배달」체제로 바꿨다』며『처음에는 무자료거래를 해온 도.소매 상인들에게 미 움을 산 영업사원들이 시장에서 쫓겨나는등 서러움을 받았으나 실명제이후 상인들의 거부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영업여건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李상무는 이어『문제는 실명제가 정착돼가는 과정에서 과세자료가 노출되는 상인들이 세금을 더 내는만큼 가격을 깎아주거나외상기일을 늘려줄 것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이는 제조업체와 도.소매상인들이 협력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斗山측은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금융실명제와 세금안내」라는 제목의「稅테크」책자(컬러.10쪽)5만부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배포,거래선확보에 나서고 있다.이밖에 가전양판점인 大宇전자 용산하이마트는 용산전자상가의 무자료거래가 줄어들면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오디오 전문업체인 I사의 경우 무자료거래가 많았던외제 가전제품판매업소의 국내업체 대리점전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대리점신청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하도급이 많은 군소 건설업체의 경우 어음거래가 위축되면서 심한 자금난을 겪고있고 음료업은 예년에 15%씩 성장해왔으나 올해는 이상저온현상에다 실명제까지 겹쳐 매출액이 5%성장에 그칠 전망이다.이밖에 섬유.완구.문구등 무자료 거래가 많고중소기업이 몰려있는 업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吉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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