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더 이상 훼손없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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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고 주변 환경보전을 위해 설치된 그린벨트가 22년만에 처음으로 대폭적인 규제완화 조치를 맞게 됐다. 정부는 주민이 불편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번 조치로 웬만한 개발행위는 모두 허용됨으로써 사실상 그린벨트는 유명무실화의 첫 걸음을 내디딘게 아니냐는 걱정스런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국토관리의 궁극적 목표지만 그린벨트는 이용 위주로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도시집중이 촉진될수록 주변에 녹지대나 개발유보지대를 확보할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인 삶의 질을 생각할 때 그린벨트 설치는 훌륭한 제도며 꼭 필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규제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개발제한구역은 확고히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또 기존의 총사용 대지면적 범위안에서만 시가지화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2천5백여개소의 취락이 시가지로 재개발됨에 있어 주변 임야나 전답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가지화 대상 취락을 선정할 때부터 기준과 원칙을 둘러싸고 말썽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정부는 또 사후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한다. 그러나 개발허용 구상이 발표되면서부터 이미 그린벨트의 땅값은 뛰고 있다. 또 그린벨트 지정이후 땅임자는 53%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의 오랜 기다림이 이번 규제완화 조치로 충족되게 됐다.
그린벨트는 지정당시 너무 서두른 결과 불합리하게 지정된 곳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불합리한 지정이 지금껏 시정되지 않고 불편해소적 완화조치로만 버틴건 그린벨트가 꼭 필요하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완화 조치로 원주민 생활상의 불편은 많이 해소됐다. 허용행위가 3백여가지로 늘어나면서 오히려 공공기관에 의한 훼손행위가 문제가 될 정도로 규제는 말 뿐이었다. 그렇다면 땅값 하락으로 인한 재산권 행사의 제약과 불편은 정부가 매입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이번처럼 보상적 성격의 개발허용으로 발전한 것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한마디로 그린벨트 규제완화는 주민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재산권에 관한 민원해소 차원에 머물러야 한다. 본격적인 개발허용은 계속 유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편을 참고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이 제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단기적인 안목으로 그 근본취지를 훼손시키면 안될 것이다. 그린벨트내의 대지와 잡종지 면적은 전체의 3.2%에 불과한데,과연이 범위안에서만 재개발이 허용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독일이 라인강의 시멘트 재방을 헐어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정책 당로자의 장기비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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