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국면전환 움직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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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정부와 정계에서 국정기조의 전환,또는 국면전환의 필요성·대망론 등이 크게 일고 있고 각계 원로들도 국정운영에 관한 뼈 있는 충고를 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면전환의 강력한 첫 신호는 「미래」를 유난히 강조한 김영삼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나왔고,이어 청와대에서 두차례있은 대통령과 민자당의원들의 만찬에서도 눈에 띄게 표출되었다. 그동안 사정에 눌려 변변히 말도 못하던 민자당의원들은 입을 열 분위기가 되자 한결같이 경제회생에 국정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과 실명제 보완조치 강구,언로개방,신명나는 분위기조성 등을 건의했다. 대대수 민자당의원들의 생각이 뭣인지 비로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민자당 의원들의 건의뿐 아니라 실제 정부에서도 지금까지 해온 과거청산을 매듭 짓고 「대사면·대화합·대전진」을 제창하는 대통령 특별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지금껏 과거청산에만 몰두해온 야당도 심각한 경제난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 아래 「과거청산 일단 유보」를 선언할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정계의 이런 움직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하면서 김 정부출범 7개월이 된 이 시점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개월간 여러 의미있는 변화와 개혁이 이뤄진건 사실이지만 과거문제에 대한 사정중심의 개혁은 실은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경제와 국가경쟁력이란 절박하고도 가장 중대한 문제에 대한 상대적 소홀도 많은 비판과 우려를 자아냈다. 「과거」와 「사정」이란 기조로만 국정이 운영돼서야 되겠는가 하는 심각한 우려는 아닌게 아니라 턱밑에 찰랑찰랑 하는 수위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마침내 국면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고,비로소 말문이 터진 민자당이나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최근 있은 김수환 추기경과 김상협 전 총리의 발언은 주의깊게 음미할만 하다. 추기경은 개혁의 후퇴를 경계하면서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마음과 귀를 열어 두루두루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국민이 왜 개혁을 불안하게 생각하는지 현명하게 헤아려 대처해야 하고 「과신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이 「정치우등생」이지만 이제 「경제우등생」이 돼야하며 「인재와 돈」을 아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양떼와 파리떼」를 함께 놔두는 호주의 지혜를 소개했다.
이들 원로와 정계의 주문은 대체로 지난 7개월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국정의 중점을 경제회생에 두고 언로를 트라는 것이다. 김 정부는 이런 안팎의 문제제기나 충고가 왜,어떤 배경에서 나오는지 냉철히 검토하고 이제부터 할 일의 우선순위와 시간표를 작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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