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폭풍의계절 덜렁이 과부역 탤런트 박정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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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MBC-TV『폭풍의 계절』에서 경옥(도지원 扮)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박정수(41)를 기억하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
덕성여대 제약학과(과를 옮겨서 졸업은 경영학과)2학년때던 72년 MBC공채 5기로 연기생활을 시작,2년만에 신인상을 받을정도로 주목받는 탤런트였지만 데뷔 3년만에 결혼과 함께 배우생활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업하는 남편과 두 딸의 뒷바라지로 13년간을 주부로 지내오던 그녀가 다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친 게 88년.KBS-1TV『해돋는 언덕』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MBC-TV 주말연속극『사랑이 뭐길래』에 출연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현재 방송중인『폭풍의 계절』로 완전히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의 체험들이 연기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데뷔시절 느껴보지 못한 연기의 새로운 맛을 지금에야 알것 같아요.』 재기 이후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중년여성의 모습이다.실제로 친.외가가 모두 엄한 교육자 집안인 까닭인지 그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편인데도 불구하고 자기절제가 강하다.
외모도 여러가지 배역을 맡아야 하는 배우로서는 너무 정돈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이점이 그녀는 불만이다.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를 깨고 좀 거칠고,끈적거리고,정이 많은,흔한 40대 여자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뭔지 모르게 유복하고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긴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그 얘기가 제겐 배우로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처럼 들려 뜨끔하기도 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희망대로『폭풍의 계절』에서는 덜렁대는 40대 과부역을 맡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데 신명나 있다.또 KBS-2TV 아침드라마『서른한살의 반란』후속으로 내달 방영예정인『길을 묻는 여자』에서는 데뷔 21년만에 처음으로주연을 맡았다.
여기에서 그녀는 불치의 병에 걸린 40대주부가 가족의 사랑속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두운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못쓰는 천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어 내시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는 그녀.이번에 맡은 주인공의 배역도 전혀 낯선 역할이지만 지금까지 체험한 여러가지 색깔의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보자기를 만들어내는 기분으로 연기하겠다고 .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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