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냉정 되찾은 박철언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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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슬롯머신업자 鄭德日씨(44)로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6억여원의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국민당의원 朴哲彦피고인(51)에 대한 5차공판이 열린14일 오후2시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대법정은 재판 시작전부터 이상열기로 들떠있었다.서울형사지법 9단독 金熙泰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증인으로 나온 서울하얏트호텔 前사장 李喜春씨(66)가 朴피고인의 사생활에 대한「탄핵증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검찰과 변호인측의 공방에 관심 이 집중된데다,관광버스 10대에 분승해 상경한 지역구주민 3백여명이 朴피고인이 법정에 입장하자마자『朴哲彦』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돋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뜩 열을 받은 분위기는 재판장 金판사의 엄숙한 당부의 말이 법정을 덮으면서 차차 진정되기 시작했다.
金판사는 증인신문에 앞서『냉철해야 할 법정에서 방청객들이 고성.박수등으로 소란을 피우고 돌출행동을 한다면 진실을 발견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양측은 재판에 관계있는 사항만신문해 주시고 방청객 역시 증인에 대해 비난이나 욕설등으로 품위를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이례적인 당부를 했다.
증인 李씨는 朴피고인과의 관계에 대해『朴씨가 15년전 서울지검 공안부검사로 있을때 알게됐으며 洪性愛씨의 평창동집등에서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과의 술자리를 자주 주선해준 적이 있다』며『이때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여자들을 모임에 합석시 킨 일이 있다』고 진술,朴피고인의 사생활 부분을 언뜻 비치려는듯 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이례적인 당부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검찰이 더이상 이 부분을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추가「탄핵증언」은 이루어지지 않았고,양측간에 별 격돌없이 재판은 4시간여만에 싱겁게(?)끝났다.
평소 검찰은『피고인이 고의로 범행을 할 성품이 아니라는 것을입증하기 위해 변호사가 피고인의 학교생활 성적표등을 제시하듯 검찰도 피고인의 평소 생활상을 공소사실 입증 자료로 삼을수 있다』며 朴피고인의 사생활부분 신문이유를 밝혀왔다 .
재판부도 검찰의 이러한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듯 했다.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보여준 자제력은 이 재판이 지나친 흥미위주로 흘러 법률적 다툼이라는 본령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으며 혼잡속에서도 끝까지 차분 하게 재판을지켜본 방청객의 태도는 오랜만에 청량감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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