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한국양궁 왜 강한가-타고난 재주에 기술지도 뒷받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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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최강 한국양궁의 저력은 무엇인가」.
12일 터키 안탈랴에서 끝난 제37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전종목 석권에는 실패했지만 4개종목중 남자단체를 제외한 3종목을 휩쓴 한국양궁에 대해 세계 양궁계가 경악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남자부, 특히 개인전에서 열세를 보이던 한국이개인전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이같은 놀라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양궁이 국제양궁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제30회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金珍浩를 비롯,朴英淑.黃淑珠.安在順등 4명으로 구성된 한국여자팀이 첫 출전대회에서 여자부를 제패하면서부터.
당시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려면 기준기록을 통과해야만 했는데 한국남자의 경우 자격미달로 출전조차 못했었다.
이후 83년 제32회 세계선수권대회(미국 롱비치)여자개인전에서 김진호.鄭在俸이 금.은메달을 나누어 갖는 한편 단체전에서도우승하고 남자도 단체전 은메달을 따내자 전세계 양궁계는 한국을양궁의 최강국으로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때부터 김진호는 세계양궁의 교과서가 되었고 외국의 양궁지도자들은 한국 훈련방식을 배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태릉선수촌이 瞑想훈련을 도입하자 국제양궁계에는 이미지 트레이닝 선풍이 불었고 경기중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단전호흡을 배운다는 소문이 나자 氣功전문가들이 동원돼 양궁선수들을 가르쳤다.
물론 오랜 역사를 가진 국궁에서 얻어오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터득한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기술이론들을 갖고있긴 했지만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지도자들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양궁지도이론을 갖고있지 못했다.
이때문에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때마다 양궁지도자들은이론을 묻는 외국 전문기자들을 향해 논리적 답변을 못해 인터뷰를 거절하기 일쑤였다.
이후부터 일부 젊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프로야구의 배팅이론이나골프이론서를 원용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골프이론에서 인용한 3S논리는 그 자체가 양궁이론과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매번 공이 놓인 상황은 변하지만 공은 움직이지 않고(바람이바뀌지만 과녁은 움직이지 않고)거리에 따라 클럽은 바뀌지만 공을 치는 동작은 일정해야 한다(거리가 변할때마다 오조준을 해야하지만 슈팅동작은 일정해야한다).그리고 폴로동작 이 중요하다」는데 기초,STANCE(자세).STRAIN(집중).STRENGTH(체력을 바탕으로한 동작의 견고성)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같은 타종목 이론의 원용에서 시작된 이론정립은 30대 젊은지도자들의 모임인 궁우회(코치협의회의 전신)를 통해 발전을 거듭,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지도자 전반에 걸쳐 기술이론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최정상급 수준에 올라있다.
그밖에 우리민족이 겪어온 역사적인 과거에 가치를 부여한 先驗的 유전론도 국내에서는 설득력있게 평가받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 우리민족을 東夷族이라 하여 동쪽 오랑캐라고 불렀는데「夷」자는 큰(大)활(弓)의 합성어다.더구나 오랑캐라는 뜻의「夷」자는 古語로는 두렵다는 뜻으로 쓰인 만큼「동쪽에 사는큰 활을 가진 무서운 종족」이라는 뜻이 된다.따 라서 우리민족의 피속에는 활에 익숙한 유전적인 기질이 있다는 해석이다.
〈金仁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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