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업종전문화 아직은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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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는 신경제계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의 문어발식확장을 억제하고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전문화시킴으로써 세계적 일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상공자원부 산하에는 현재「업종전문화협의회」가 구성돼 있 고 10월까지이에 관한 구체적 시안을 만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고있다.
업종전문화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참 좋은 얘기다.
일반 국민들보다 오히려 기업주들이 그렇게 되기를 더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나 기업의 능력수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채 의욕만 앞선 상태로 업종전문화가 강행된다면 성과보다 훨씬 큰 부작용이 나타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불하게 될 우려가 없지않다.
전문화된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우리기업이 기술적으로이들과 대등한 위치임이 전제되고 高기술→高품질→高가격→高마진→高기술투자의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현주소는 중급 품질에 저가격의 모방자 위치에 지나지 않아 섣불리 업종전문화를 추진하다가 만약 석유파동과같은 큰 위기를 맞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왜 기술수준이 낮은가 하고 과거를 따 져봐야 소용없다.중요한 것은 현재 기술수준이 낮다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정부로서도 80년대초의 중화학투자조정과 80년대후반의 주력업체 제도가 왜 실패했는가를 되새겨보면서 시장개입의 효과를 따져보고 적정한 한계를 정하는데 신경써야 할 것이다.또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제품의 일류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기업의 현 기술수준으로는 당장 외국기업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그렇다면 우선 제품의 차별화와 대고객 서비스에 치중하며 마키팅을 강화하는등 시장의 글로벌化 전략을 유도하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모든 일이 서두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업종 전문화 역시 여건이 성숙되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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