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보다 이재에 눈독/홍권삼 사회2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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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위공직자 재산이 공개되면서 부의 축적과정이 정당한가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또 한번 시작됐다.
그러나 국민들이 주시하는 것은 재산을 불려온 방법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재산이 많다는 사실 자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국민의 공복으로서 이재보다는 직무에 충실했는가라는 것을 따져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경찰에서 두번째 재력가로 밝혀진 박노영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치안감)의 공개재산을 살펴보면 그가 직무보다는 이재에 충실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박 전 비서관이 신고한 재산총액 28억9천여만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구시 서구 평리동의 주유소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삼성빌딩이 그것이다.
대구시 서구 평리1동 중앙주유소(11억6백여만원으로 신고) 78년과 82년에 이 일대 땅 1백88평을 사들여 91년 11월29일 동생 박노성씨(53) 명의로 신축허가를 받아 세운 것이다.
물론 당시,주유소 설립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명의를 동생에게서 부인 이모씨로 변경한뒤 주유소 면적도 78평 더 늘려 6월10일부터 영업해 오고있다.
결국 6개월만에 주유소의 주인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동생으로부터 사실상 박 전 비서관으로 바뀐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유소 허가신청을 낸 날도 91년 11월15일로 정부에서 주유소거리 제한을 완화한 하루 뒤였고,이때 박 전 비서관은 대구지방 경철청장으로 재직중이었다.
허가청인 대구시 서구청은 『당시 두명이 주유소 신축허가 신청을 내 공개추첨 끝에 박씨에게 돌아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또 지하 1층·지상 3층에 갈비집·독서실 등으로 임대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0 삼성빌딩(15억4천3백여만원)의 부지도 박 전 비서관이 79년 5월 청와대 파견시절에 구입한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이 재산축적과 관련,『직위를 이용해 재산을 모은게 안이라 집사람이 장사해 번 돈으로 정당하게 구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해명이나 허가경위 등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직위를 이용해 허가권을 따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박 비서관은 큰 이권의 주유소허가권을 자신이 현지 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따낸데 대해서는 합법·불법여부를 떠나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국민들의 비판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됐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말라」는 말은 공직자들이 「힘있는 자리」에 있을수록 더욱 새겨들어야 할 경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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