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탤런트 도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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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MBC-TV 드라마『폭풍의 계절』에는 세명의 젊은 여자가 나온다.홍주(김희애 扮)와 진희(최진실 扮),경옥(도지원 扮)은각기 다른 개성의 소유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들이다.그중에서도 홍주와 진희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 로 극의 무게를 둘이서 떠받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야기의 전개가 이 두 인물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두 여자가 느끼는 부담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전부터 최고의 스타인 김희애와 최진실의 연기대결에 관심이 쏠렸다.그러나 극이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이 두스타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다른 작품에서 그들이 보여준 평균치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김희애의 공격적인 연기에눌려 최진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고 김희애는「명작의식」에 사로잡혀『아들과 딸』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움을 잃고 오버액션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결과적으로 두 스타는 이 드라마에서 인기와는 무관하게 연기력 평가에서 는 얻는 것보다는 잃고 있는것이 많은 셈이다.
그러나 도지원(27)은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재미를 톡톡히보고 있다.그녀가 맡은 배역은 생활력 강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발랄한 대학생으로 덜렁대고 수다스럽지만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챙길 것은 꼭 챙기는「외숭형여자」경옥役.
『원래 말수가 적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배역도 다소곳한 여자역만 주로 했어요.사극「일출봉」에서 불행한 여자 은옥역을 맡고 난 다음부터는 좀 밝고 경쾌한 배역을 하고 싶었어요.이번에 맡은 발랄한 성격의 배역은 처음해보는 역할이라 크게 잘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아요.』 부담없이 하는 연기라 그런지 그녀는 경옥역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주었던 조용하고 찬 여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능청스러울 정도로 잘 그려내고 있다.또 홍주나 진희처럼 심각하지 않고 일상에서 흔히 보는 요즘 여자의 모 습을 맡고 있는 덕분에 기대 이상의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연기를 통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진짜 속을 발견하는 재미가 배우생활을 하는 보람』이라는 그녀는 89년 12월 KBS-1TV『절반의 실패-과소비 여인』으로 연기생활을 시작,90년『서울뚝배기』의 여주인공을 맡으면서 가능 성을 인정받았다. 2남2녀중 차녀로 88년 한양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했으나 발목부상으로 발레를 더 이상 할수 없게되면서 그녀는 배우가 됐다.
일에 몰두해 앞만 보고 달려갈때 휙휙 뒤로 스쳐지나가는 사물들의 속도감을 사랑한다고.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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