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력” 국방부실토 유도작전(국정조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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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권 국방 “「율곡」계기로 군인식 일신”/안기부 「수공위협 시나리오」 추궁
▷국방위◁
3일 국방부를 방문,권영해 국방장관으로부터 율곡사업에 대한 보고를 듣고 문서검증을 벌였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감사원이 공개한 「질의서」를 근거로 국방부에 대한 청와대쪽의 압력여부에 초점. 이와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임복진의원 등은 『차세대전투기 기종선정 과정에 청와대가 국방부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졌으니 국방부도 당시 경위를 소상히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등 은근히 국방부측으로부터 「청와대 지시 때문에 F­16이 더 좋다는 보고서를 올렸다」는 식의 답변을 유도하는 인상이 역력.
국방위는 국정조사계획서에는 증인으로 올렸다가 지난 31일 여야간사 합의로 증인에서 제외키로 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정동호의원(무소속)·김진영 전 육군 참모총장 등 10명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자는 민주당측 요구에 따라 이들에게 9∼10일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3일 오후 보냈다.
이날 회의는 초장부터 회의의 공개여부와 현황보고 청취를 둘러싼 의사일정 문제로 신상우위원장과 민주당간에 공방이 오가는 등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
권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율곡사업이 대부분 비밀로 취급되어 있고 국방부도 소상히 알릴 수 없어 사업에 따라 사실과 다르게 인식된 것이 많다』면서 『이번 감사를 계기로 이런 잘못을 바로 잡아 군의 명예와 사기를 바로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군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겠다는 의욕을 과시.
▷건설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증인출석문제를 총무회담에 일임시킨 건설위는 3일 다소 홀가분한 상태로 국회에서 안기부·국방부를 상대로 평화의 댐 의혹캐기에 열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히 안기부가 각 부처를 댐 건설에 동원한 시나리오 작성과정을 집중추궁.
민주당측은 이석현·하근수의원을 안기부쪽에,제정구·최재승의원을 국방부쪽에 전담시키고 나머지 소속의원들은 주공격수를 측면지원 한다는 작전을 짜고 밤샘작업속에 공동질의서를 작성하는 등 총력준비를 했다.
김덕 안기부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보고에서 슬라이드 자료를 통해 86년 당시 관계기관 실무자들이 검토한 북한의 수공위협 징후를 30여분간 설명.
이 슬라이드 자료는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동향」이라는 내용으로 2급비밀 도장이 찍혀 있으며 금강산 댐 단면도 등의 위성사진 등이 수록돼 있다.
김 안기부장은 분석배경을 통해 금강산댐의 「수공활용 시사징후」를 보고하면서 북한이 『댐건설 수로를 원산으로 돌리면 조남선은 용수부족을 겪으며 터놓으면 서울이 수몰된다』는 내용의 분석을 내렸다고 보고.
야당의원들은 안기부가 미리 2백억t의 저수량을 가진 금강산댐의 수공위협을 설정해 놓았다고 주장.
간사인 이 의원과 하 의원은 『안기부가 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86년 9월1일의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북한의 수공위협 시나리오를 내놓고 10월30일의 건설부장관 대국민 기자회견을 D데이로 결정하는 등 종착지인 댐건설을 향해 주도면밀하게 일정까지 확정했다』고 말하고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과 지시자가 누구인지를 따졌다.
의원들은 『관계기관 대책회의 전까지는 북한의 수공위협이 없는걸로 판단했던 국방부가 안기부의 정보판단에 반대의견을 개진하지 않은채 오히려 이끌려갔다』고 주장하고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주무부서로서의 책임소재를 물었다.<이상언·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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