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절감위해/「전세대 기종」폐기/미 F­16기 왜 구매중단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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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신예기 「F­22」 개발에 주력/록히드사 “해외 공급은 계속”
레스 애스핀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새 국방정책 발표에서 한국정부가 율곡사업으로 들여오기로한 미 공군의 주력기종인 F­16기를 미 정부가 94회계연도 이후부터는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정부가 율곡사업에서 왜 FA­18기를 취소하고 F­16기를 도입했느냐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정부의 구매취소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가 매우 궁금하다.
미국의 해군과 공군은 별도의 무기체제를 갖고 있고 따라서 기종을 선택하는 것도 각군의 특성에 따라 결정한다.
미 공군은 주로 장거리를 출동할 수 있고 속도가 빠른 전투기를 원하는 반면 항공모함을 이용하는 해군은 짧은 착륙거리를 고려하여 착륙할 때의 충격 등에 강한 전투기를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 공군은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생산한 F­16을 채택한 반면 해군은 맥도널 더글러스의 FA­18을 주력기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국방비를 절감해야 하는 미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각 군마다 다른 기종을 보유함으로써 중복된 개발·생산비용을 들일 것이 아니라 해·공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종선정은 기술의 문제뿐 아니라 미국 군수산업의 정치와의 관계,그리고 고용효과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된다.
이번에 제시한 새 전투기종은 해군의 경우 현재 주력기로 이용하고 있는 FA­18을 변형한 FA­18E 또는 FA­18F였으며 공군의 경우는 이미 개발하고 있는 스텔스F­22였다.
공군은 스텔스 F­22의 경우 실전에 본격적으로 배치하려면 적어도 200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 개발이 왼료되기 전까지는 F­16을 계속 구매해 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에서 공군의 비행단을 대폭 축소하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F­16도 줄여야 할 마당에 기존의 F­16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공군은 F­22의 개발을 계속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F­16은 포기토록했고 해군의 경우는 FA­18의 변형을 승인함으로써 공평한 조치를 취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하여 16개국이 주력기로 이용하고 있어 미 공군이 주력기를 F­22로 바꿀 경우가 문제다.
제너럴 다이네믹스사를 금년 4월 흡수한 록히드사측에서는 『F­16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미 정부가 구매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따라서 현재 계약을 체결한 대만과 앞으로 곧 체결하게 될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위해 F­16은 계속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 공군은 F­16을 버리고 F­22로 옮아 갈 것이라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91년 의회에서도 F­16을 언제까지 생산하느냐가 논란이 됐으며 우리 정부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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