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는 역시 투기온상 입증/전국실태 처음으로 샅샅이 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정후의 소유자·거주자 더 많아/수도권 대도시 지주교체 특히 빈번/국·공유지 20%뿐… 정부주도 해결난
건설부가 이번에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현황」은 전국의 그린벨트 실태를 처음으로 샅샅이 조사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린벨트 제도가 「건축민원의 집합장」으로 불릴 만큼 지정이후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왔고 이에따라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개선책도 마련될 수 있다」는 면에서 보면 그만큼 정부가 게을렀던 셈이다.
이번 조사결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린벨트로 묶여있음에도 불구,거주인구와 토지소유자의 이동교체가 많았으며 외지인의 땅매입 예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또 이같은 그린벨트라 하더라도 중소도시보다는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일수록 두드러졌다.
○완화­규제 되풀이
이는 그동안 각종 선거때나 정권 교체기마다 그린벨트에 대해 규제완화·해제설이 되풀이되면서 그린벨트가 땅투기 대상이 되어왔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앞으로의 그린벨트제도 개선책이 자칫하면 원주민이나 현지거주자들보다 이들 투기자들에게 혜택을 더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이번 조사에서 그린벨트중 국·공유지 비율이 전체의 20%에 그치고 있는 것도 그린벨트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부분이다. 다시말해 그린벨트를 제대로 유지하려면 정부가 이들을 사들여야 하는데 엄청난 재원 수요 때문에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그동안 주민들이 입어온 재산상의 손실을 덜기위해 완화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부는 당초 올해초 방침에 따라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일단 31일 공청회를 열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내년에는 이를 시행에 옮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최근의 실명제 실시로 경제환경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강조되고 있어 그린벨트의 규제완화를 포함한 개선책은 「규제완화의 기준과 정도」를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조사결과 요약.
▷그린벨트◁
도시계획법상의 「개발제한구역」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지난 71년 7월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지역의 5백64평방㎞가 첫 지정된뒤 도시와 도시인접지역을 대상으로 77년 4월까지 총 여덟차례에 걸쳐 확대·지정됐다. 그린벨트에서는 건물의 신·증·개축과 토지 형질변경 등이 일부 또는 전면 제한돼왔는데 이때문에 ▲환경보전과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방지에는 큰 기여를 해왔으나 ▲주민생활불편,가격하락에 따른 재산상 손실,일부 대상토지의 투기적 거래 등 부작용도 동시에 빚어져왔다.
○자가 전입자 적어
▷인구·가구·면적◁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5.4%인 5천3백43평방㎞에 전인구의 2.2%,전체가구의 2.4%인 96만4천여명,28만2천가구가 살고있다.
가구당 인구수는 평균 3.4명으로 전국평균(3.8명)보다 적었고 인구밀도도 낮아다. 이는 주택건축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대가족이 살기에는 거주공간이 비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전체 그린벨트내 거주인구의 48.5%가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있는 것을 비롯,6대도시권에 80.9%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기간별로 그린벨트 지정이전부터 살던 원주민(43만4천명,전체의 45%)보다 지정이후 옮겨온 전입자(53만1천명,55%)가 더 많았다.
전입자 비율은 특히 수도권(71.4%)과 6대도시권(58.7%)이 중소도시권(39.5%)보다 훨씬 높았다.
주택소유별로는 자가거주자(56만명,58%)가 세입자(40만5천명,42%)보다 많았다. 이같은 자가 거주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중의 자가거주비율(50.7%,90년기준) 보다 상당히 높은 것이다.
원주민중에는 자가거주자가 90%,세입자가 10%인 반면 전입자 가운데에는 자가거주자가 32%밖에 아니돼 도심지에서 밀려나거나 농촌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중 상당수가 도시외곽의 그린벨트지역에 임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임야가 가장 많아
▷토지이용·취득현황◁
전체 그린벨트 면적중 임야가 61.2%로 가장 많았고 논 15.8%,밭 8.7% 등 임야·농경지가 85.7%를 차지했다. 이는 그러나 전국토중 임야·농경지비율(87.8%)보다는 다소 낮은 것이다.
반면 주택·공공시설 등이 들어선 대지·잡종지와 기타면적 비중은 그린벨트내(14.3%)가 전국토중 비중(12.2%)보다 더 높아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그린벨트가 도시 및 인접지역에 위치해있어 이들 건축물의 수요도 많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취득시점별로는 그린벨트 지정이후 취득한 토지가 전체의 53.2%로 지정이전 취득토지(46.8%)보다 더 많았다.
그린벨트 지정이후에 취득한 토지 가운데에도 ▲56.3%는 지정직후부터 84년 사이(14년)에 취득됐고 ▲나머지 43.7%는 85∼93년 사이에 취득돼 시기별로 큰 차이없이 최근까지 꾸준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정이후 취득토지중 46.3%(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24.6%)는 외지인(주민등록상 타시·군·구거주)이 산 것으로 조사돼 주목됐다.
외지인들의 취득비중은 ▲임야(61%)가 농경지(29.7%)보다 높았고 ▲대도시권(48.7%)이 중소도시권(40.5%) 보다 높아 선산 구입 등 목적외에 투기적 거래도 상당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권의 경우 외지인 취득비율이 62.2%나 돼 전국 14개 권역중 가장 높았고 수도권(54.6%),대구권(54.1%) 등의 순이었다.
필지당 취득면적도 외지인 취득토지는 평균 4천2백92평방m로 현지인의 2천1백6평방m보다 두배가 넘었다.
○경계구획 불합리
▷국·공유지,대지현황
국·공유지가 전체 그린벨트의 20.4%인 1천90평방㎞에 그쳐 영국의 80%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그린벨트 지정에 따른 재산상 손실을 우리나라 주민들이 훨씬 더 많이 보고있는 셈이다.
전체 대지면적중 76.4%는 그린벨트 지정이전에 이미 조성된 상태였으나 나머지 23.6%인 27평방㎞(3천7백필지)는 지정이후 조성돼 공공시설 신축 등을 위한 대지로의 전용 등 그린벨트 훼손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대지 20만5천일지 가운데 1.6%인 1천93개 필지는 그린벨트 경계선이 필지안을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물·집단취락◁
총 48만6천9백개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주거시설(주택과 부속 헛간 등)이 전체의 70%로 대부분이었고 ▲농림수산시설(24.3%) ▲공공시설(2.6%) 등의 순이었다. 이중 3백32개동은 그린벨트 경계선에 관통당한 상태였다.
20가구이상 취락이 총 2천5백89개소로 이중 94.3%가 자연부락이었고 나머지는 취락구조 개선마을·이주단지 등이었다.
▷중복규제◁
전체 그린벨트의 2.4%인 1천2백83평방㎞가 중복규제돼 있으며 규제 내용별로는 ▲군사시설보호구역(4백32평방㎞) ▲상수원보호구역(4백29평방㎞) ▲농업진흥지역(2백평방㎞) ▲공원(1백6평방㎞) ▲문화재보호구역(3평방㎞) 등이었다.<민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