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바른 미 6선의원의 정치염증(특파원 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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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당득세·비상식 난무… 더이상 못견뎌”
41세의 젊은 나이에 6선의 미 하원의원을 지내고 있는 팀 페니의원이 최근 이번 임기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불과 30세에 고향인 미네소타주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 승승장구하여 민주당의 젊은 기수로 각광받고 있던터라 그의 은퇴선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의 은퇴 이유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경제혁신 정책이 너무 실망적이며 정치의 세계에 상식보다는 비상식이 난무하는데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은퇴선언을 들은 고향주민들은 클린턴과 비견되는 유능한 정치인을 잃게 됐다며 번복을 설득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상원의원이나 주지사를 노리고 깜짝쑈를 하는 것』이라며 사시로 보기도 하고 있다.
그는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핵심 정책기획팀인 「민주당 예산그룹」을 주도하면서 수요일마다 행정부 인사들을 불러 정책세미나를 개최해왔다.
초선의원 시절부터 하원의장·원내총무 등 의회지도자들에게 당적을 불문하고 가장 바른소리를 많이 해 의회의 고참들은 그를 『나쁜 아이(a bad boy)』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클린턴 대통령의 예산안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는 예산 전문가답게 클린턴의 5개년 경제개혁안을 중심으로 하는 예산안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는 클린턴의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겠다는 약속을 믿고 클린턴의 개혁안을 지지해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자신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는 것이다.
클린턴이나 의회의 지도자들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처음의 약속을 배반하고 방만한 예산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올바른 방향이 무엇이냐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파당적 세력에 의해 정치가 좌우된다는 점이 실망스럽고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하원에서 애를 써보았지만 의회 지도자들의 안건의 처리절차 등을 독점하여 모든 법안을 그들 뜻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그는 하원세출위원회 소속이면서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위해 로비를 하지 않은 의원으로도 유명했다.
페니의원은 『정치인은 혼자라도 외롭게 걸을 수 있는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클린턴은 전형적인 좋은게 좋다는 식의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감투때문에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옳은 소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치를 했기 때문에 보장된 출세를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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