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괄목… 전분야 “기대이상”(수교한돌… 되짚어본 한중관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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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핵」 공조착실… 의회교류도 본격화/중,북한의식 정치·군사문제엔 신중
「한중수교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핵문제가 돌출됐으면 지금과 같은 국제 공조체제 구축이 과연 가능했을까」.
외무부 당국자들이 한중수교 1주년(24일)을 맞아 그 성과를 꼽을 때 흔히 해보는 질문이다.
중국은 지난 1년동안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혁과 개방을 추구한다는 속셈이 있기 했지만 북한 핵문제에 관한한 과거 적대국이었다는 느낌을 거의 가질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가까이 다가왔다.
한국전쟁 등으로 어두웠던 단절의 시대를 마감하고 호혜와 협력의 시대를 연 이후 한중관계는 전 분야에서 기대이상으로 발전했다.
○수교후 경협 배로
우선 정치관계에 있어서 외무장관이 1년새 세차례나 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등 양국 공동관심사를 논의했고,텐지윈(전기운)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방한하는 등 양국 고위급 인사의 상호방문 사례가 부쩍 늘었다.
경제관계에서 양국 관계는 역동성을 보였다. 무역규모가 91년 44억달러에서 수교후 1년동안(92년 8월부터 93년 8월말)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거의 배가 늘었다. 이미 4대 투자대상국이 되어왔다. 한국의 92년 총투자액의 6.2%(건수로는 16.5%)가 중국에 이뤄졌다.
외교면에서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등 국제무대에서 한중간의 이해협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지난달 싱가포르의 아세안 확대외무장관 회담에서 한승주 외무장관과 첸치천(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이 양국 현안에 동북아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은 그 좋은 예다.
수교후 두나라간의 협력분위기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는 사실상 경제중심으로 발전해와 정치·외교적 관계발전은 상당한 한계가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북한을 여전히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소평 사망 변수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중국 연구부장은 『수교 1년을 되돌아볼 때 경제에 비해 정치·군사·외교측면의 발전속도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중앙정부는 북한을 의식해 대한정책을 펼때 상당시 신중한 반면 지방정부는 실리를 위해 과감한 정책을 펴는 불균형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현 수준의 관계발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유병우 외무부 아주국장은 『물론 외교나 안보 정책에까지 한중양국이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기대가 너무 크지만 지금 단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나라 관계가 더 가깝게 발전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도 많다. 우선 중국 장래의 불투명성이다.
지금의 개방·개혁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이 중국사회의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될것으로 점쳐지지만 등소평 사후 중국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잠재적 팽창주의도 한국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과의 항공협정 협상에서 중국이 동경 1백25도를 관제이양점으로 한사코 고집한 것도 이같은 팽창주의 시각에서 한국정부는 보고있다(한국은 1백24도를 주장했었다).
중국이 북한과 「양다리」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것은 한국이 계속 유의하는 부분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임정선열들의 천묘식 행사를 공식행사가 아닌 유가족 행사로 간주,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못하게 하고 장관급 이상의 정부대표 참석을 맞은 것도 북한을 의식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외교안보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중수교로 인해 소원해진 북한·중국간의 관계가 최근 북한의 휴전협정 40주년 기념행사에 중국의 당정 고위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회복되고 있으며,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두개의 한국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세희 한양대 중소문제연구소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의 1차적인 관심은 역시 한국과의 경제교류 증진을 통한 실리추구가 될것』이라면서 『정치·군사 등 다른 분야에 발전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실리위주
연세대 정진위교수(정치학)는 『중국이 당장 핵문제뿐 아니라 통일문제 등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기적 시야를 갖고 중국과의 관계를 빨리 정상화시켜 나가는 것이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면서 중국을 보다 잘 알기 위한 노력을 정부·민간·학계 차원에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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