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술이전이 사업성패 열쇄(고속철도시대: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계·전기·전자·통신 등 첨단 복합체/최대한 전수받아 자립틀 마련해야
20일 프랑스 TGV로 경부고속철도의 차종이 실질적으로 선정됨으로써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주최가 돼 앞으로 연말까지 계약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이 한국과 프랑스간에 벌어지게 된다.
이제는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한 실속있는 내용을 담을 계약 체결과 조속한 흑자전환을 위한 노력에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모두 10조7천4백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쏟아부어지는 이 사업의 1차적 목적은 국가전체의 수송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이와함께 공단측이 기대하는대로 개통후 3년안에 흑자전환을 위한 토대도 차분히 마련해 나가야한다.
이를 위해 현 단계에서 가장 비중을 두어야 할 핵심 부분이 바로 기술이전 문제다.
고속철도건설 사업에서 기술이전이란 단순한 기술도입이라는 차원을 넘어 고속철도사업의 성패와 직결된다. 이같은 사실은 이미 고속철도를 개발,국내수요를 충족시키고 해외시장의 진출을 꽤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일본·독일 등의 예를 살펴봐도 쉽게 알수 있다. 다른 첨단산업과 마찬가지로 고속철도 역시 우리나라는 상당한 후발주자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21세기초 고속철도가 완전 개통될때 시대에 뒤떨어진 「골동품」같은 고속철도 보유국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TGV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확실한 기술을 이전 받아야 한다.
순간 최고시속이 5백15.3㎞에 이르는 고속철도는 기계·전기·전자·통신·토목 등 각 분야의 기술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첨단기술의 복합체다.
또 고속철도기술은 자체의 기술외에 기존의 일반철도·지하철·경전철 등 대중·대량교통수단의 종합설계능력을 향상시켜주고 대규모 건설프로젝트의 종합적인 공정관리 기법을 습득케 해준다.
따라서 협상주최인 공단측은 우리가 전수받아야할 기술의 우선순위를 정해 가능한한 많은 기술을 넘겨받아 국내산업계의 획기적인 기술축적 기회로 만들어 내야할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우선 고속철도와 관련된 기술이전 대상은 크게 차량·군차선·자동열차 제어장치로 구분되고 전수자는 공단·차량업체·부품업체로 나뉜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단은 시스팀관련기술인 운영·시설유지·시험평가 기술 등을,차량업체는 엔지니어링·차량제작·시험·검사기술을,부품업체는 주요 기계부품 및 전장품의 설계 제작기술,첨단기능 부품의 제작기술 등이 대상이다.
철도차량과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이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엔지니어링 부분이다. 대기업인 국내차량 제조업체는 이미 개발된 차량에 대한 부분적인 응용설계 능력은 있으나 신제품개발을 위한 설계·해석·생산기준·시험기준 등의 일괄적인 종합설계능력은 부족한 형편이다. 또 부품업체들은 연구개발보다 세제상의 이익만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이 부분과 함께 경량화를 위한 알루미늄 합금차량의 제작경험과 고속철도차량에서 필요한 밀폐기술축적도 이 사업 과정에서 반드시 전수받아야할 기술로 지적된다.
아울러 사업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습득하게 될 각종 첨단기술은 철도사업뿐 아니라 산업계 거의 모든 분야에 기술의 비약적인 향상이라는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있다.
공기역학기술은 항공기·자동차·유도미사일 등 고속으로 이동하는 물체의 형상설계에,대용량 동력변환기술은 가전제품·산업용 동력변환장치·로봇 등에 이용된다.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제어,자기진단기술을 각종 산업기기의 자동화,산업용 로봇,주문형 반도체 등 첨단기기의 수준을 높이고 경량·고강도 신소재기술은 소재산업에 엄청난 기술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기술이전의 성패가 고속철도 사업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주장이 설득격을 갖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고속철도 기술자립의 기틀을 마련하고 차세대 고속철도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한 최대한의 기술을 이전받아야하는 것이 공단과 관련업계의 공동과제이고 이를 위해 연말까지 계약을 위한 프랑스측과의 협상과정에서 공단측의 선전이 기대되는 것이다.<김우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