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安風'] YS 왜 침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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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전 대통령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침묵하는 것일까. 자신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직접 '안풍(安風)자금'을 강삼재 의원에게 줬다는 증언이 나와도 그는 침묵했다.

대중에게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줬다는 돈으로 '20년 심복' 강삼재 의원이 4년형과 추징금 7백31억원을 선고받았어도 그는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5년형을 받고 감옥에 있는 또 다른 심복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병동(病棟)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어도 YS는 아무 말이 없었다.

13일 姜의원의 측근에 따르면 YS와 姜의원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0개월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해 9월 姜의원이 1심 유죄 선고를 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에도 두 사람의 만남은 없었다고 한다.

훨씬 전에 상도동에서 姜의원을 만나도 YS는 안풍 재판 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姜.金씨만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는 '안풍 사건' 근처에 있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뒀다. 姜의원의 변호인인 장기욱 전 의원은 신민당 시절 YS의 법률 특보였다. 張전의원은 2심 소송의 姜의원 변호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번 YS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상도동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뤘다고 張씨는 말했다.

YS의 이런 침묵은 안풍 자금의 실체와 연결된 불안감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건의 방향에 따라 자신이 사법처리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 칼국수를 먹으면서 청렴을 강조했던 자신의 개혁정치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등에 싸여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姜의원의 정인봉 변호사는 "YS는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있는데 만약 자신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비판이 쏟아질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全.盧씨가 구속된 1995년 11~12월은 YS가 강삼재 의원에게 안풍 자금을 건네고 있을 때다. YS는 비판자들에게뿐 아니라 자신의 오랜 지지자들에게서도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다.

장기욱 전 의원은 "YS는 독재시절 용기 하나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를 따랐다. 그는 이제 자신을 따랐던 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실 공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S는 지금 누에고치가 되어 침묵과 차단 속에 웅크리고 있다. 그가 언제 뚫고 나올지 모든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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