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청와대 큰마당」/“실명제지지”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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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더위 씻는 소나기”등 각종 수사 쏟아져/문제점·대책제시… 대통령 경호 걱정도
금융실명제 실시를 환영하는 여론이 컴퓨터통신망을 타고 청와대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청와대 정부수석 비서관실이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국내최대의 컴퓨터통신망인 「하이텔」에 개설한 「청와대 큰마당」에는 실명제 실시를 지지하는 내용의 전자우편이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담화가 TV로 발표된 직후인 12일 오후 7시45분 안광진씨가 최초로 환영의 뜻을 밝힌 이후 지금까지 통신망에 올라와있는 공개사연은 모두 1백50여건.
컴퓨터통신망 가입자들이 대학생 등 젊은층에 치우친 탓에 현실성이 부족한 내용도 많은 반면 그 발상이 기발하고 당국에서 되새겨봄직한 문제점과 대책을 지적한것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한여름 무더위를 씻어준 소나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향한 첫발」 「피부로 느끼는 민주주의」 등의 수사를 동원하며 「오랜세월 기다려왔던」 실명제에 대한 전폭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중 이승철·김태수씨 등은 『갑작스런 변혁은 적을 만들기 쉬운 법이며 대통령의 주위세력중 일부가 실명제를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인 만큼 경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했다.
남재호씨를 비롯한 「급진파」들은 『고액권 화폐의 색깔과 도안을 바꿔 장농속에 꼭꼭 감춰진 「검은돈」을 끄집어내 시중자금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일부의 반론에 부닥치기도 했다.
유일하게 「금융실명제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사연을 띄운 배재용씨는 『재임중 자본이득에 관한 종합과세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발표에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는 엑스포 도우미만 모집할 것이 아니라 국세청 전산망의 조속한 완성을 위해 자원봉사요원을 모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명환씨 등은 『실명확인을 담당한 금융기관직원이 예금주와 결탁,가·차명계좌를 실명계좌로 둔갑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기위해 확인과정에서 예금주의 신분증 사본을 근거자료로 남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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