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구선 어렵다” 민주 침통/대구­춘천 보궐선거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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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산동 개표후 “더 해보나 마나”/“반민자표 잠식 유 후보 1등공신”/자정넘자 유 후보 「반짝상승」 멈춰
대구 동을·춘천 보궐선거가 혼탁한 선거운동을 끝내고 개표가 진행된 12일 밤 민자·민주 양당은 모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민자당의 경우 춘천에서는 유종수후보가 힘겹게 이겼으나 심혈을 기울였던 대구 동을에서 노동일후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를 달리는 무소속 서훈후보와의 표차가 벌어지면서 당선 가능성이 흐려지자 안타까워했다.
민주당은 기대했던 춘천의 유남선후보가 민자당 유 후보를 따라잡지 못한 가운데 당선까지는 아니라도 선전을 기대했던 대구 동을의 안택수후보가 아예 골찌로 처지자 당직자들이 망연자실했다.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대구지역이라는 특수성에 부담을 느껴 너무 무리한 감이 있다』고 패배원인을 분석한뒤 『사실상 왼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시인.
민주당 당직자들은 밤 10시쯤 두지역 모두 패색이 짙어지자 한두명씩 상황실을 떠나며 『춘천은 될줄 알았는데』 『역시 대구는 어렵다』는 등 실망감을 표시.
○…『대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대구 동을지역의 향배가 윤곽을 드러낼 무렵인 12일 오후 10시45분쯤 무소속의 승자 서훈후보는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민자당 노동일후보 사무실을 지키던 선대위원장 김용태의원은 일찌감치 자리를 떠 씁쓸한 분위기였다. 「TK정서가 과연 어떨까」로 관심을 모았던 대구 동을지역은 결국 표적사정의 대상에서 다시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TK의 일대 반격으로 나타나 승·패자간의 명암을 이렇게 극명히 갈라놓았다.
처음 부재자투표에서부터 선두를 지킨 서 후보의 승리가 점쳐진 때는 개표시작 2시간만인 오후 9시30분쯤 공산동의 투표함이 열리면서. 이 지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고 전통적으로 여당 성향이 짙은 곳이라 서 후보의 약진세 계속여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여기서 서 후보는 노 후보를 1천2백6대 8백13으로 50% 차이를 벌리면서 눌러 개표는 이제 더 해보나마나라는 얘기가 개표장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서 후보는 극히 일부 투표구만을 빼고는 거의 전지역에서 민자·민주 후보를 압도해 나가 유권자들이 타락선거 시비를 벌인 양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춘천에서 승리한 민자당의 유종수후보측은 최대의 승인으로 「조직표」를 꼽았다.
현지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선거운동을 도왔던 중앙당의 한 간부는 『「도토리 키재기식」이라는 후보들에 대한 인물평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해 여당의 강점인 조직표가 성가를 발휘했다』고 분석. 그는 특히 『무소속 유지한후보가 젊은층의 「반민자당」 표를 많이 잠식해 유남선후보(민주)를 견제한 것 같다』며 유지한후보를 「1등 공신」이라고 지칭.
○…12일 밤 춘천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개표는 초반부터 유종수후보가 부재자투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투표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꾸준히 앞서 나가 한때의 표차이보다 「추세」에 더 주목하는 민자·민주당 선거전문가들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민주당 유남선후보측은 공무원들이 몰려 사는 후평동지역에 큰 기대를 걸었고,실제로 오후 11시20분쯤부터 개표되기 시작한 후평동지역 투표함에서는 유 후보가 계속 리드. 그러나 이 움직임도 투표소당 1백표 안팎을 이기는 정도여서 이미 1천4백표 정도로 벌어진 표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 자정을 넘기면서 유 후보의 「반짝상승세」는 사라졌고 민주당 운동원들은 허탈한 모습. 한편 가슴을 졸이고 있던 민자당 유 후보는 당락의 윤곽이 확실해진 오전 2시40분쯤 개표장에 나와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당선 인터뷰를 자청.<춘천=정재현·대구=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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