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의 경영철학 다시보기 '다시 이병철 회장에게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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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월급만으로 살 수 없다며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덤벼들었다 낭패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무엇을 알아야 할까.

이창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지은 '기업 경영의 기본, 다시 이병철에게 배워라'는 이에 대한 해답을 던져준다. 삼성그룹에서 25년간 자문을 담당했던 저자는 삼성을 창업한 호암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통해 경영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경영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호암과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와 에피소드,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호암의 생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호암은 사람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을 뽑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채용을 위해 적성검사를 최초로 도입하고, 면접을 몇 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도 했다.

또 아랫사람의 힘을 잘 빌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게 호암의 생각이었다. 모든 일을 사장이 처리할 수는 없으므로 적재적소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고, 그 사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을 같이 발령했다.

호암은 사업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암이 좋아했던 한 일본 음식점 주인은 새벽에 일어나 어시장에 가서 생선을 고르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돈 세는 일에 매달리는 음식점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암은 관념적인 명분론이나 과시용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싫어했다. 10년 후에 맞는 이야기라도 현재 적용할 수 없다면 그건 틀린 얘기라는 것이다.

제일모직 공장을 건립할 당시 호암은 위치.기상.수질.교통 등 48개 항목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책을 직접 조사해 검토했다고 한다. 사업가는 반드시 직접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호암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호암은 또 가만히 앉아 돈을 버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고 여겼다. 적절한 경쟁을 통해 힘을 키워야 보다 장기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양조장을 그만두고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많은 기업과 사람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금, 이 책은 호암의 경영철학을 통해 '사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경영의 기본을 일깨우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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