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화가 곧 정보화는 아니다"|정영현<중진공 정보화사업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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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중소기업에도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의 발전으로 날로 국제화·정보화 되는 추세에 중소기업들이 뒤늦게나마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런 면도 없지 않다. 첫 번째가 정보화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정확한 인식부족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명단을 입력해 놓고 때때로 판촉 물을 보낸다든지 자재나 회계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전산화나 자동화이지 정보화는 아니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수집할 만한 체제와이의 처리, 분석을 통해 전략적인 정보를 도출하는 복합적인 일련의 과정이 정보화라 말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기업주자신의 학습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데도 상당수는 정보화업무가 마치 직원들의 업무인양 여기고 또 자신의 능력 또한 떨어지다 보니 컴퓨터의 1차원적 기능에만 만족, 자신의 회사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개발이나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두 번째는 내부업무의 전산화를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화를 추진할 때 자칫 컴퓨터가 만능이라는 의식에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소프트와 데이터가 있어야 일을 할 뿐이고 어떤 소프트, 어떤 데이터를 구축하는가는 운영자에게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이를 모르고 컴퓨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시피 했던 생산량 증대나 비용절감효과가 즉각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컴퓨터나 정보화사업자체를 불신하는 기업인들을 종종 본다.
다시 말해 정보화는 컴퓨터의 실체를 명확하게 이해한 후에 추진해야 하며 비합리적인 관리체계나 생산체계를 그대로 두고 컴퓨터만 도입한다 해서 모든 것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또 정보화는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고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므로 투자 우선 순위를 잘 고려하여 정보화를 추진해야 일시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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