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등소평/“집무 불가능”/중국 「차기대권」누구에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강택민·주용기 사실상 “실세”/「집단지도」유지속 물밑투쟁 가열될듯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89)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사람은 누구인가.
최근 등이 실어증·증풍으로 인해 사실상 집무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누가 차기 중국의 실권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차기실권자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등의 후계자지명을 받은 장쪄민(강택민) 당총서기겸 국가주석,중국경제의 「주치의」 주룽지(주용기) 부총리,공안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차오스(교석)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군의 원로인 양상쿤(양상혼) 전 국가주석 등이다.
이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인물은 강택민 주석이다. 강 주석은 지난 3월 제8기 전인대에서 이미 갖고있던 당총서기와 군사위 주석직에다 국가주석직까지 겸임,형식상 당·정·군을 장악한 「일인(등소평)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이달에 열린 중국지도자들의 정국구상회의인 북대하회의에서 강 주석을 중심으로한 등의 후계체제가 재확인됨으로써 차기대권을 공고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9년 천안문사태이후 고속승진한 강 주석이 권력의 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등의 신임 덕분이었다. 군부와 중앙정계에 뚜렷한 지지세력이 없는 강 주석은 등소평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상태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용기 부총리는 현재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인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차기실권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그가 주도하고 있는 경제개혁이 성공한다는 가정하에서만 유효하다. 만일 경제개혁이 실패할 경우 중국지도부는 그 책임을 물어 주 부총리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주 부총리가 강 주석과 마찬가지로 상해시장에서 중앙정계에 발탁된 배경 때문에 군부와 북경에 기반이 없다는 사실은 그의 입지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81년 당중앙 대외연락부장,84년 중앙조직부장,85년 정치국원 및 당정법위 서기겸 서기처 서기에 임명되는 등 화려한 배경을 가진 교 위원장은 중국정계의 「다크호스」로 대권을 노리고 있다. 개혁파로 분류되고 있는 그는 중앙무대에서 지금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나 차기를 노릴만한 비중있는 인사로 손꼽히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중 하나는 양 전 국가주석이다. 마오쩌둥(모택동)과 함께 대장정에 참여한 혁명 1세대로 인민군내에 「양가군」이라 불릴만큼 방대한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그는 현재 보수적 성향 때문에 몸을 낮추고 있지만 개혁파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이를 기화로 언제든지 권력의 중심부로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양의 세력이 커지자 등은 지난해 10월 단행된 군인사에서 양 지지파 7백여명을 면직·강등·전출시키고 3월 제8기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직을 강택민에게 넘겨주는 등 대대적인 양상곤 숙정작업을 전개했으나 양이 개혁·개방에 대한 불만을 이용,등이후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같이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강 주석을 중심으로한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 합의에 불과하고 등이 집무수행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제부터 본격적인 「물밑」 권력투쟁이 시작될 전망이다.<이석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