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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받는 우리 과학기술/이원호 과학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세계인들에게 보여줄만한,그리고 국내 관람객들에게 자부심과 경각심을 안겨줄만한 우리의 과학기술은 없는가.
한국의 과학기술을 한없이 보여준다는 취지로 개최된 대전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은 아마 컴퓨터그래픽과 첨단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우주여행 등을 경험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각 업체 전시관에서 앞다퉈 상영하는 초대형 컴퓨터그래픽과 영상,그리고 우주선·첨단자동차 등 미래의 첨단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각종 모의장치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나면 씁쓸할 것이다. 우리기술로 꼽을만한 것이 있다면 기아자동차관에 전시된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자동차와 포철에서 제작해 소재관에서 상여하고 있는 컴퓨터그래픽영상 정도다.
이에 반해 국내연구소와 대학들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과학로킷·과학위성·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등은 박람회장 노상이나 전시관의 한쪽 구석에 처량하게 전시돼 있다. 길에 전시한 것은 보다 많은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려는 취지이지만 관리요원이 없어 어린이들의 장난스런 발길질을 제재하는 사람도 볼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과학기술은 관람객들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있다.
조직위가 그동안 틈만 나면 강조해 왔듯이 대전엑스포는 우리의 과학기술을 전세계에 알리고 선진국들의 과학문화를 국민들에게 보여 계몽시키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바늘 하나라도 우리의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국내 관람객들에게 이를 통해 선진국과의 과학기술 수준 차이를 알려주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 관람객들에게는 외국에서 빌려와 국내전시관에 꾸며논 시설들이 마치 우리 것인 것처럼 허황된 망상만 심어줄 우려가 적지않다.
사실 이번 박람회의 국제전시관에는 짧은 준비기간으로 외국참가국들을 제대로 유치하기 힘들었던데 참가국마저 그들의 첨단과학 기술을 보여주기 보다는 토산품판매·식당운영으로 수입 올리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외국관들을 둘러보면 자신들이 개발한 과학기술은 선진수준이 아니더라도 관람객들에게 자신있게 보여주고 자기것이 아닌것을 자기 것처럼 치장하는 꾸밈은 없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본산인 대덕연구단지에서 첨단과학의 전시장이라는 엑스포를 열면서 국내전시관들이 외국에 의존해 제작한 시설들을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대전 엑스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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