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가기 겁나는 모스크바(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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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권다툼 살벌… 군복 경비원 줄줄이/몸수색 받고 입장… “음식 잘 안넘어가”
서유럽의 웬만한 레스토랑이 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대중음식점도 관광객이나 처음 외식하는 외국인 거주자들에겐 때때로 당혹스런 느낌을 갖게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직 서구식 식당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구소련 지역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은 식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일과중 하나일정도로 특이한 시스팀을 갖고 있다.
우선 대도시의 식당중 외국인이 갈만한 식당은 대부분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방범용 장비는 말할것 없고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채 문 주변에는 듬직한 체구의 젊은 남자들이 손님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기 때문에 손님들은 대부분 입구에서부터 주눅들기 십상이다.
또 좀 더 심한 경우에는 공항·국빈용 행사장에서나 보이는 무기 감식용 장비를 동원한 사설 경비원들이 손님들의 무기소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다음에야 입장을 허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음식점들에서 고용하고 있는 이러한 사설 경비요원들은 군복을 입고 있거나(아주 큰 고급 음식점의 경우는 양복을 입는 경우가 많지만) 겉보기에 다분히 불량기 있어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살벌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모스크바 등 러시아의 대도시에서 그 음식점이 어느정도 높은 수준의 음식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가 입구에 얼마나 많은 경비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는 말들도 하고 있다.
이처럼 식당 문앞에 경비원들이 늘어서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대부분의 고급 음식점들이,그리고 외국인들이 갈만한 음식점들이 외국과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러한 외국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는 로컬 사업가들이 지역 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경우 고급 식당들은 마피아와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에서는 금년 7월에만도 경쟁관계에 있는 마피아끼리 상대방의 식당을 습격,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두건이나 벌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전후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식당앞에 웬 군인들이 이렇게 늘어서서 경비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모스크바 등 구 소련의 식당들이 손님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것은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예약하지 않은 손님에겐 말도 붙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싼 돈주고 밥을 먹으면서도 대접받는 것은 고사하고 사정사정해 한쪽 구석에서 처량하게 밥을 먹어야 하는 불쌍한 신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모스크바 등 러시아의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서울과 한국 식당들의 고마움을 반면교사로 새록새록 느낀다고들 말한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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