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보다 정면외교 펼때”/일 연정출범을 보는 우리정부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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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국논리」등 국가주의출현 경계/아직 과도기… 중장기대응책 필요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비자민 7개당 연립정권이 6일 출범함으로써 한국정부는 일본의 정계개편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단기적·중장기적으로 나눠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정부는 일본 새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당장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보지 않지만 장기적으론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상당기간 구조개편을 거쳐 새로 부상하는 일본정계 지도자들은 패전이라는 멍에를 벗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국 일본」을 국제사회에 부각시켜 우리와의 과거사문제에 별로 얽매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외정책은 불변
정부는 우선 일본정부가 정치개혁이라는 큰 숙제를 연내에 푼다는 방침이어서 대외정책에 좀처럼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색깔이 판이한 7개의 당이 모인 연합정권인만큼 기존의 대외정책을 빠른 시일에 크게 바꾸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새정부는 무엇보다 집안단속을 잘해 정권을 잘 유지하느냐를 최대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본정부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치 보다는 내치에 먼저 눈을 돌려 정치개혁·지방분권화·경기활성화 등에 상당기간 힘쏟을 것이란 얘기다.
비자민 연정에 참가한 7개 당은 얼마전 「기본정책」을 발표,『한일기본조약을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협력한다』면서 한반도에 관한한 자민당의 기존정책을 견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바 있다.
정당쪽에서 본다면 새정부의 근간을 이루는 신생당·일본신당·신당사키가케 등 3정당의 간부들이 모두 자민당에서 온 보수색채를 띤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본의 새정부는 앞으로 북한핵문제가 해결되고 국내정국에서 다소 여유를 찾을 경우 북한·일 관계정상화에 과거 자민당 정부보다 힘을 더 기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연립정권안에 사회당이 들어가있는데다 새정부로서도 뭔가 훌륭한 업적을 남겨야겠다는 욕심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질것은 따져야
이 경우 작년 11월 8차 회담을 끝으로 중단됐던 북한·일 회담이 재개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상당한 비중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연립정권은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어 1년이내에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앞으로 대일정책을 짜는데 있어 이같은 차기정권의 성격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인 접근을 할 태세다.
일본에 장기적으로 보수양당제도가 정착되면 누가 정권을 잡든 여론을 등에 업고 과거 자민당 때보다 과감한 정책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일본의 차기정권은 나라힘이 커진만큼 국제사회에서 더 대접받고 싶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 갈 것으로 외무부는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도 하고,또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가들에 과거의 잘못은 과감히 인정하는 한편 그에 상응해 할말은 떳떳하게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경제문제는 특수관게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논리로 접근하는 등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일본이 대외정책면에서 시장개방과 국가주의적 이념의 등장,혹은 대국논리 등을 기조로 세계 특히 아시아지도국을 겨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개방 등 경제관계에서의 시장논리는 한국에 유리한 측면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유리한 품목에 대한 개방을 요구해나갈 방침이지만 기술이전문제는 그동안 쟁점이 되어왔으나 별 진전을 보지못해 온만큼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개방등 촉구
기술문제는 두나라 상품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분야가 늘어나며 정부차원의 협력에 한계가 있어왔다고 보고 이 부분은 앞으로 민간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차분히 우호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나가며 정면외교를 펼쳐야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한국정부는 일본의 새정부가 야당이 된 자민당이 우려하는대로 국가주의적 이념을 추구할 것인지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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