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지』수입 싸고 윤리성 논란|공륜 "불가"판정에 수입회사 "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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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랑스의 루이 말 감독이 만든 영화 『대미지』의 수입 여부를 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삼호필름이 수입한 『대미지』는 아들의 연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 송두리째 파멸해 가는 한 사내의 비극을 그린 영화로 미국·유럽 등에서는 지난해말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지난 3월 공륜의 수입심의에서 이 작품은 아들의 연인과 사랑한다는 내용이 우리의 윤리관으론 용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논란이 벌어진 끝에 불가판정이 내려졌었다. 이 판정에 수입사측이 불복, 현재 재심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대미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루이 말이 영국을 무대로 만든 영화다.
주인공 스티븐 플레밍(제레미 아이언스 분)은 유능한 고급 공무원으로 안정된 가정을 거느리고 있는 상층 부르좌다. 어느 날 우연히 파티에서 아들의 연인인 안나(쥘리에트 비노슈 분)를 만나 첫눈에 반하면서 그의 안정된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남들의 눈을 피해 안나와 밀회를 나누던 그는 그녀가 아들 마틴과 결혼하기로 한 후에도 자신의 욕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결국에는 밀회 현장을 마틴에게 들키게 돼 그 충격으로 마틴은 아파트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고 그도 공직을 사임하고 이국을 떠돌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수입 불가를 내세우는 측은 『아들의 연인과 성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아직 우리 감각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가 사랑으로 미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할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불필요한 섹스 신이 많아 개봉하더라도 대폭 삭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수입해도 무방하다고 보는 측은 『영화의 소재만으로 외설이나 불륜을 운위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라면서 『이 작품의 메시지가 부도덕한 사랑이 초래한 비극적 결말에 있는 만큼 외설이라 보기엔 무리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수입사인 삼호필름측은 『내용만으로 보자면 이 영화 못지 않게 부도덕하다 할만한 「원초적 본능」이나 「하이 힐」같은 영화도 수입됐는데 공륜이 이 영화에만 굳이 엄격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
지난 5월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루이 말은 올 봄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수입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륜에 직접 서신을 보내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또 이달 말께 방한할 예정이어서 「대미지 파문」은 당분간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미지』가 관객들에게 대리적 성적 만족을 주려는 싸구려 에로물은 아닌 이상 작품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관객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가 루이 말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리 뛰어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개봉 전부터 외설 여부로 떠들썩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 영화 홍보를 해주는 격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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