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 참가 재미 한국계작가 바이런 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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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모국에서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무척 기쁩니다.』
「93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9월8일까지·국립현대미술관)으로 최근 서울에 온 화가 바이런 김씨(31·뉴욕)는 인종에 따라 다른 피부색을 지닌 인간들을 실증적으로 묘사한 독특한 자신의 작품들이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동포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해한다.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히는 휘트니 비엔날레에 한국계 작가로는 백남준씨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틴 장씨(필름분야)와 함께 선정돼 금의환향한 김씨는 뉴욕 굴지의 화랑인 막스 프로텍에 전속된 유일한 동양계 작가. 현대미술의 메카라는 뉴욕화단에서 백남준씨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유망주다.
50년대 이민한 의사부부 김병목·한화실씨의 1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그는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문학도였다. 대학 재학 당시 그림에 관심이 높아져 마지막 학기에 부전공으로 페인팅을 선택했다가 지도교수로부터 『재능이 없으니 공연한 시간낭비』라는 혹평을 받고 F학점 때문에 하마터면 졸업하지 못할 뻔한 사연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메인주에 있는 스코웨건 미술학교로 진학, 그림에 매달려 지낸 그는 훗날 예일대의 그 미술교수로부터 『무척 훌륭하다』는 재평가를 얻어냈을 정도로 강한 집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림에서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전에 선보이고 있는「피부색에 따른 복부그림」과 「제유」는 사람마다 다른 피부색을 보여준 것으로 특히 2백개의 패널로 구성된 「제유」는 실존인물 2백 명의 피부 초상화여서 뉴욕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앞으로 설치작가가 될지, 현재와 같은 색채연구를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미술가로서 내 자신만의 유일한 작업을 계속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겉모습이 같지만 말이 안통해 어쩔 수 없이 코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했다는 그는 현재 미국인 부인과 사이에 4개월 난 아들을 두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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