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주도 재무부·제일은 “곤혹”/국제그룹 헌재결정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은행도움 한계… 국가경제차원서 정리”/당시 재무 김만제씨
국제상사 해체당시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재무부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무척 난감해하고 있다.
재무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배경을 파악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당시 제일은행장 이필선씨는 보도진을 피했다.
당시 재무부장관으로 국제그룹 해체를 관장한 것으로 알려진 김만제씨(민자당 서울 강남 을지구당 위원장)는 『당시 상황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이미 이에 관해 검찰에 두차례나 출두해 그같은 입장을 설명,불기소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국제그룹은 긴급대출인 타입대가 하루 3천억∼4천억원씩 돌아와 주거래은행 혼자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으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재무부가 국제그룹 정리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이필선 당시 제일은행장도 밝혔듯이 국제그룹 해체는 은행이 스스로 한 것이며 이에 관해 앞으로 검찰조사가 있을 경우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시 제일은행장 이필선씨는 처음에 국제그룹 해체를 반대했다가 결국은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국제그룹 해체를 발표하는 일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고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 전하고 있다. 이씨는 결국 이게 문제가 돼 행장 중임임기(만료 86년 8월) 중간인 85년 2월 은행장에서 이 은행 회장으로 물러났으며,그 이듬해인 86년 5월부터 89년 4월까지 제일은행의 자회사인 제일시티리스 사장을 지냈다.
그 이후 한동안 미국에 나가 있던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일은행의 주선으로 기아자동차 고문을 맡아오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전임행장 자격으로 은행장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한편 제일은행은 이번 위헌결정이 당장 신한투금 주식반환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신한투자금융을 운영하던 김종호씨는 국제그룹 양정모회장과 사돈관계라는 점 때문에 강압에 의해 주식을 팔게 됐다고 주장하며 88년 9월에 제일은행을 상대로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지난 90년 2월 1심에서 당시의 양도주식 1백60만주 가운데 자신이 갖고있던 1백30만주에 대해 제일은행이 김씨에게 돌려주도록 판결받음으로써 일부 승소했다. 이에대해 제일은행측은 “당시 김종호씨가 국제그룹 부회장인 아들 덕영씨의 국제계열사 보증채무의 면제를 조건으로 제시,재무부가 수락하자 은행과 8개월동안 가격을 흥정해 당시 다른 투자금융의 주식가격보다 높게 사들였다”며 항소해 오는 8월24일 고법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양재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