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제몫 챙기기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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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럽의회가 새해부터 의원 보수규정을 바꾸면서 월급을 지나치게 많이 올려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12일 보도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일종의 눈속임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슈피겔은 "개정 보수규정을 꼼꼼히 분석한 독일 슈파이어 행정대학의 한스 헤르베르트 폰 아르님 교수가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하고 "이에 따라 26일 열릴 유럽연합(EU)외무장관회의가 개정안 승인을 최종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EU 회원국 내에서 비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중순 의원 보수규정을 개정하면서 출신국 국회의원 보수와 같게 책정해 왔던 기존의 유럽의회 의원 월급여를 유럽사법재판소 판사 급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6백26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은 올 여름부터 월 9천53유로(약 1천3백60만원)를 타게 됐다. 이는 당초 발표됐던 월 8천6백유로보다 4백53유로를 더 받는 셈이다. 유럽사법재판소 판사 봉급이 올해부터 오를 것을 미리 알고 지난 연말 서둘러 보수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세금도 교묘하게 피해갔다. 유럽의회 의원에게는 그동안 특별 우대세율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이보다 세율이 훨씬 높은 각 회원국 국내 세제를 적용하고 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월급 인상을 덮기 위한 술책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라마다 세법이 다르기 때문에 유럽의회 의원 급여에 각 회원국 세제를 일괄 적용해 세금을 공제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99명인 독일 출신 의원의 경우 앞으로 미혼 의원은 월 1천9백29유로의 세금을 덜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개정 규정이 시행되면 월급여가 기존 월 7천9유로에서 앞으로 최소 2천유로 이상, 세제혜택까지 감안하면 3천~4천유로를 더 받게 되는 셈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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