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가 뛰는데… 우리도 바뀌자/「경영개혁」 기업이 달라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근무행태등 시대흐름에 맞게 탈바꿈/양보다 질 외형위주 성장탈피/임원들이 먼저 출근 기계 점검/근무시간 줄이고 강도는 높여
기업에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수와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최근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불황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경영혁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같은 경영혁신 운동은 특정기업의 상층부에서 끝나지 않고 공장 구석구석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삼성이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품질경영」을 선포하는 등 기업의 개혁에 불을 댕긴것을 계기로 각 기업들은 종전의 단순한 감량경영 차원에서 벗어나 기업의 합병·매각을 통해 계열사를 줄이고 근무행태와 경영이념,각종 경영기법 등을 시대흐름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국내기업들이 이같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후반이후 국제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스스로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데다 우리 경제가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로부터의 개혁」을 강조한 문민정부의 출범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비판,주력업종제도의 도입 등 정부 산업정책의 변화 등이 기업변신의 뒷바람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고있는 변화중 무엇보다 큰 것은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다.
삼성은 이미 품질경영을 위해 제품제조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되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생산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고,증권업계는 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을 약정고에서 수익률위주로 바꿨다.
종합상사들도 지난해까지는 외형을 중시했으나 올해부터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실속경영」으로 방향을 바꿨으며 럭키금성상사의 경우 부서별 수익률을 따져 평가를 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공직자의 「윗물맑기 운동」처럼 기업의 개혁이 위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남 창원공단내 삼성중공업 1공장은 「스스로 앞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간부들이 사원들보다 먼저 출근,기계를 예열시키고 현장사원을 매일 한명이상 만나 고충을 듣고 있다.
이 회사는 또 같은 방향의 직원들이 조를 짜 승용차를 함께타는 운동을 벌여 평소 1천4백여대나 되는 출퇴근 승용차를 7백대로 줄였다.
울산공단내 동양나이론 공장은 인재환부사장 등 부장급 이상 간부 10여명이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3시,오후 10시30분 등 교대시간에 맞춰 하루 세번씩 정문에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에게 「먼저인사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간부들은 차량 10부제가 되는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사원들과 함께 회사내 외곽도로와 주차장을 청소,일체감을 다지고 있다.
포항제철은 과장급이상 간부들이 사원보다 한시간 먼저 나와 일을 시작하고 부하에게 반말하지 않는 등 권위주의적인 요소를 없애는 한편 사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 구미공단내 동국방직은 각 부서장들이 근무중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데 쓰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시간(초) 관리운동을 벌이고 있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업무의 강도를 높이는 근무행태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럭키금성그룹은 연초부터 월차휴가를 없애고 한달에 1∼2회 토요일 휴모를 갖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따른 근무결손을 시간관리로 메우기로 하고 직원들의 의식개혁을 당부하고 있다.
동양·신한·태평양·한덕 등 생명보험회사들도 토요일 격주휴무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호텔업계에서는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지난 5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규하부회장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다 새정부가 들어선뒤 편법이 안통하고 과거와 같이 기업의 성장을 정권에 기댈수 없어지면서 차제에 달라져야 한다는 개혁의식이 강해졌다』고 분석하고 『대기업의 오너들도 밑바닥부터 뛰어온 1세시대가 끝나고 비교적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2,3세들이 많아져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길진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