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 안잡히는 일 총리선출/보수 신당세력 끌어안기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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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민개혁파는 고토다법상등 추대론 대두
차기 일본총리에 누가 취임할지 시계 제로상태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아무도 섣불리 예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간 합종연형의 가닥이 잡히지 않고 이런 저런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계속 집권을 노리는 자민당과 비자민 연립정권을 꿈꾸는 사회·신당 등 5개 야당은 과반수 확보에 열쇠를 쥐고 있는 일본신당과 신생당 사키가케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는 쉽사리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채 일정한 거리를 둬 애를 태우고 있다. 신생당은 각 정당에 기본정책을 제시,이에대한 회답을 본 뒤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느긋한 자세로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22일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 퇴진 발표를 계기로 본격적인 당총재 선거전에 돌입했다.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전 부총리겸 외상과 미쓰즈카 히로시(삼총박) 정조회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종래 정치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자세에서 벗어나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가미한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안을 주장하는 등 지지세력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일본의 분위기에서 개혁을 내걸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와타나베 전 부총리는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총재선거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출마에 대해 당내 젊은 세력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내 비판세력들은 이들을 자민당의 얼굴로 내세워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의 협력을 얻기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참신한 인물을 원하고 있다. 일본신당 등은 자민당이 종래와 같이 파벌간 타협으로 총재를 선출한다면 자민당에서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자민당내 개혁세력들 사이에서는 개혁 이미지가 강한 고토다 마사하루(후등전정청) 법상과 가이후도시키(해부준수) 전 총리,또는 국민적 인기가 있는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전 간사장을 총재로 내세워 일본신당과 협력해야 한다는 소리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고토다법상은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신당 대표나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 신당 사키가케 대표와 친해 이들을 자민당 연립정권이 끌어들일 수 있는 적격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건강악화로 쓰러져 입원하는 바람에 총리경선에 나올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이후 전 총리는 자민당 개혁세력이 노리는 두번째 카드다. 최근 지지(시사)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가장 바람직한 차기 총리로 지목됐다. 그는 총 2천명의 조사대상자중 19.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2.7%의 하타 쓰토무(우전자) 신생당 당수,3위는 9.0%의 하시모토 전 간사장이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가이후 전 총리는 당내 최소수 파벌인데다 신생당의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대표간사와 가깝다는 사실로 인해 타파벌로부터 견제를 당하고 있다.
자민당은 일단 파벌간 조정으로 차기 총재를 선출할 생각이나 의견조정에 실패,중·참의원 합동의원 총회에서 투표로 총재를 선출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 와타나베나 미쓰즈카 등 다수파벌에서 총재가 나올 것이므로 이에 불만을 품은 당내 개혁세력들이 당을 뛰처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생당은 자민당 분열공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이처럼 적진앞에서 체제정비로 소일하는 동안 신생당 등 비자민 연립 추진세력들은 일본신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신당이 독자노선을 주장,총리지명 선거에서 독자행동을 할 경우 이는 결국 자민당 소수단독정권 출범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행동을 견제하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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