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본에 잇단 화해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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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초부터 일본에 대해 잇따른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피랍자 가족들의 귀환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한편 북한에 억류돼 있던 요도호 납치범의 처(妻)도 일본으로 돌려보내기로 하는 등 '평화 무드'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일 정부 관계자들은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은 일단 일본과의 현안 타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면서 "북한의 진의가 뭔지 더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납치문제'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정태화(鄭泰和) 외무성 북.일수교전담대사 등 대표단 5명은 지난해 12월 20일과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자민당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의원 등 일본 측 대표단 4명과 세차례에 걸쳐 납치문제와 관련된 비공식 회담을 했다. 11일 일본 언론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鄭대사는 히라사와 의원 등에게 "우리도 체면도 있으니 (납치피해자) 5명이 일단 평양에 와서 가족들을 맞이해 가는 형식을 취하자"며 "비행장까지만 오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히라사와 의원이 "그러다 피랍자 5명이 또 납치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자 鄭대사는 "당신을 포함한 국회의원과 보도진이 같이 평양에 와 입회해도 좋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鄭대사는 또 "가족들이 '우린 북한에 남겠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를 못하도록 우리도 설득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한편 1970년 일본항공(JAL) 요도호(號)를 공중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갔던 옛 적군파 대원 9명 중 한 사람의 아내가 다음달 24일 일본으로 귀국하게 됐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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