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V 국산장비 개발 후 실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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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보처가 금년 시행하려는 종합유선방송은 고도의 정보통신사업 육성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현재 운용되고 있는 기존 유선방송과 같은 기술수준의 방송(93년4월13일 공청회 체신부측 발표자)이기 때문에 기존 유선방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재방송시간 자율화, 지역실정에 맞는 채널 증설, 공익광고 허용 등 관련법규를 수정 보완하면 막대한 외화의 낭비 없이 한국형 종합유선방송을 정착시킬 수 있다.
현재 기존 유선방송에 가입해있는 가구수는 3백50만 가구에 달하고 있다. 이들 중 6할 이상이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는 영세민들이며 기존 유선방송은 월2천원씩 관리비를 징수하고 있다. 만일 공보처의 의도대로 기존 유선업자가 도태되고 종합유선방송이 시행될 때 2백10만여(3백50만×0.6)가구들은 기존 공중파 방송(KBS·MBC·SBS·EBS)을 시청하기 위해서라도 종합유선방송에 가입해야 하며 이에 따른 가입비 부담은 2천1백억원(가입비 10만원 예상)이며 시청료 부담은 연3천7백80억(2백10만×12×1만5천)원에 달한다.
종합유선방송이 성공하려면 프로그램 공급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프로그램 공급업체수는 3백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정작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여 기존 방송사에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이에 전국 1백16개 방송사가 10∼20개 체널로 방송하게 되면 국산 프로그램의 공급은 턱없이 모자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의 수입 프로그램을 대체될 것이다.
또 종합 유선방송국 설치에 소요되는 장비는 고액의 방송장비로 현재 10%도 못되는 국산화율을 감안할 때 93년부터 95까지 1조3천50억원(목동·상계동 시범사업 장비 구입비 1백25억원×1백16×0.9)에 달하는 외제장비를 수입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절감하여 국가 경제를 되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때에 생산산업도 아닌 종합유선방송에 이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는 것은 신경제5개년계획의 기본이념에도 상반될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이 자금이 제조업에 투입된다면 대외경쟁력 향상과 우리 나라의 경제를 되살리는데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종합유선방송은 그 시행이 백지화되어야 하며 굳이 시행하려한다면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국산장비 개발, 방송인력 확보가 선행된 후에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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