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혼자 42일만에 남극점 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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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영국 여성 탐험가가 외부의 도움없이 남극 해안에서 남극 극점까지 42일 만에 '나홀로 종주'를 끝내는 신기록을 세웠다. 피오나 손윌(37.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남극 대륙의 허큘리스 해안에서 남극점까지 1천1백27km를 걷거나 스키를 타면서 주파했다고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손윌은 당초 자력으로 남극까지 걸어간 최초의 영국 여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예상 기간인 65일을 많이 앞당겼을 뿐 아니라 종전 최단 종주 기록인 44일도 깨는 기염을 토했다. 전직 경찰관인 그의 남편 마이크(40)도 대단한 모험가다.

이 부부는 '부부가 함께 남.북극에 도달한 최초의 부부'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손윌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극점에 가까울수록 구름이 짙어지고 빙판이 너무 거칠어 썰매를 끌기도 힘들었는데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구름이 걷혀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남극점에 도달했다"며 "거기서 텐트를 치고 샴페인을 마시며 자축했다"고 전했다.

손윌은 지난해 11월 30일 음식.연료.장비 등이 실린 무게 1백29kg의 썰매를 끌며 남극의 허큘리스 해안을 출발했다.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25km. 날씨는 평균 영하 14도 정도였지만 어떤 땐 체감온도가 영하 50도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강풍을 거스르며 강행군하기도 했다.

그는 간식으로 가져간 땅콩 과자 봉지에서 나온 어머니의 격려 편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손윌이 몸에 지니고 있던 위성 추적 장치를 통해서만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추적장치가 전해오는 체온 기록만이 그가 무사함을 알려주는 유일한 정보였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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