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랑스 '휴가지 정상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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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을 속속들이 보기 위해 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휴가지를 미국으로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행보를 보면 진짜 목적이 '휴가지 외교'에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동부 뉴햄프셔주 올페보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1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AFP.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 부부가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가족 별장에서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와 만날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스노 대변인은 이번 두 대통령의 만남이 "개인적인 것(private meeting)"이라면서도 "이번 만남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 부부는 9일 커네벙크포트에 도착해 그곳에서 주말을 보낼 예정이다. 이곳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묵고 있는 올페보로에서 약 80㎞ 떨어진 거리에 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두 정상의 만남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스노 대변인은 "올 6월 초 부시 대통령은 독일에서 열린 G8(주요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사르코지 부부에게 오찬 초청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별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온 덕분에 만남이 성사된 것"이라며 "두 대통령이 국제적인 이슈를 논하겠지만 정상회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두 대통령이 비공식 만남을 내세우며 사실상 휴가지 외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FP통신은 "두 정상은 이번 회동이 가능한 한 비공식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별장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주로 이용하며, 부시 대통령은 별로 찾지 않는 곳이어서 이 초청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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