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글이 살면 생각이 커져요|글쓰기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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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글쓰기 교육」 「생명을 해방하는 글쓰기 교육」 「더불어 사는 교실 만들기」….
올해로 10년째 여름·겨울방학 때마다 글쓰기교육에 관심 있는 전국 교사들이 한데 모여 좀 더 바람직한 글쓰기교육 방법들을 서로 배우고있는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 연구회」(회장 이상석)의 연수 주제들이다. 만사 제쳐놓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2백∼3백명 정도의 교사들은 각시·도에 있는 글쓰기 교육연구회의 15개지역 모임 회원들이 대부분.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승진점수와도 상관없는 이 연수회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모여 전인교육 차원의 글쓰기 교육 방법을 익히는 이 교사들의 공통점은 학급문집을 펴낸다는 사실이다.
『교과서와 점수에 얽매여 창의력·상상력·우정·생명을 아끼는 마음 등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 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도록 이끄는데 있어 솔직한 글쓰기보다 나은 방법이 흔치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아무리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계속 문집을 만들게 되지요.』글쓰기 교육연구회 이 회장의 얘기다.
지난 15년간 해마다 『꿈이 있는 교실』이란 이름으로 학급문집을 만들어온 유인성교사(서울 신서국)는 글쓰기 교육연구회 서울지역 모임 회장. 대학입시의 수학능력시험 덕분에 글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글짓기학원들도 번창하고 있다지만 글쓰기를 「재능」으로 여기는 오해는 여전하다며 안타까워한다.
예컨대 학교나 글짓기학원에서 「자연보호」 「동질성 회복의길」 「충효」등 어린이들의 정서에 전혀 걸맞지 않은 주제를 내주어 글쓰기를 즐겁기는커녕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일로 여기게 만들기 십상이라는 것.
유 교사는 가급적 맞춤법이나 문맥의 실수도 문제삼지 않아 일단 어린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게 하고, 글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부분에다 밑줄을 그으며 아낌없이 칭찬해준 뒤 각자 마음에 드는 종이에 다시 옮겨 써오면 교실 뒤편게시판을 가득 채운다. 신바람 난 어린이들은 저마다 알록달록 예쁜 종이에다 맞춤법에도 신경 쓰면서 공들여 또박또박 글씨를 쓰고 솜씨껏 그림까지 그려 넣게 되니 저절로 맞춤법·그림·글씨공부까지 하게 만드는 셈이다.
『글이란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쓰도록 해야지요. 그런 글은 「생활」이 있어야 나오는 법인데, 학원이니 과외공부니 해서 방과후에도 설거지·청소·자연관찰·주말나들이 등을 통해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지 못하면 생생한 감정이나 생각이 살아있는 글을 결코 쓸 수 없습니다.』
최근까지 지난 10년간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연구회」를 이끌어온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힘주어 말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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