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유 연구』김경일-지음|일제하 혁명가 삶·사상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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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제하 노동운동·민족해방운동에서 탁월한 능력과 천부적인 지도력을 발휘해「당대 최고의 혁명가」로 꼽혔던 이재유에 대한 최초의 본격 연구서가 출간됐다. 덕성여대 김경일 교수(사회학)는 최근 창작과비평사의 한국현대인물연구 세 번째 책으로『이재유 연구』를 펴냈다.
『일제하 노동운동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이 책에서 30년대 공산주의 활동 중 코민테른 등 국제주의 노선을 추종한 것과는 별도로 국내운동에 기반을 둔 독자적 활동을 펼친 이의 삶과 사상을 처음으로 복원해놓고 있다.
1905년 함남 삼수군 별동면 선소리에서 태어난 이는 44년 40세 나이로 옥사해 실제 활동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두 번에 걸친 탈출과 탁월한 조직능력 등으로 해방 후「30년대 좌익운동의 신화」 「지하혁명운동의 최고 활동가」라는 평을 들었다. 이의 학교교육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회주의 사상을 처음 접한 것은 송도고보 시절 독서회활동을 통해서 지만 감옥에서『자본론』등을 읽으며 헌신적 활동가로 변모했다. 그는 일본에 건너가 노동을 하며 사상단체 등에 가입, 활동했는데 제4차 조선공산당사건으로 체포돼 3년6개월형을 받았다. 32년 출옥한 후 서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조직활동을 펼치며 유명한 경성제대 철학과 미야케 교수와도 만났다. 1934년 또 다시 체포된 이는 두 번에 걸쳐 서대문경찰서를 탈출해 당시 일경을 경악시켰다. 탈출 후에는 미야케 교수집 지하실에 숨어 미야케 교수와 정태식 등이 잡힐 때도 유유히 도피하는 대담성을 보이는 등 신출귀몰의 전설적 신화를 남겼다.
이는 1936년 12월 창동에서 노동운동가 이관술과 함께 체포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는데 형기 만료 후에도 예방구금제로 교도소문을 나서지 못한 채 청주보호교도소에서 해방을 10개월 앞두고 옥사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의 조직운동은 후에 국내 각 계파를 망라해 결성된 경성콤그룹 탄생의 기초가 됐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5천여 쪽에 이르는 이재유 사건의 조서를 정밀 검토해 30년대 노동운동과 민족해방운동에서 차지하는 그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윤철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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