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이해얽혀「한목소리」난망(「동경 G7」 각국의 입장:3·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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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최악… UR도 불서 사사건건 제동/일 흑자공격엔 미와 공동보조
유럽에서는 이번 동경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이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정상화담이 세계경기 활성화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에 돌파구를 여는 중요한 전기가 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유럽공동체(EC) 라고 미국·일본과 다를 게없다. 하지만 G7 각국이 처해 있는 여건상 이러한 입장을 현실로 구체화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EC는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유럽내 4개국 이해가 사안별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리인하 문제에서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독일 편을 들기 어렵게돼 있고,UR 문제에서 프랑스의 독주는 독일·영국·이탈리아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정상화담에는 EC를 대표해 올 하반기 EC 의장국인 벨기에의 장 뤼크 데아네총리가 참석하지만 EC의 정리된 입장을 대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EC의 경제성장은 지난 75년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0.5%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10.4%까지 올라가 EC전체로 1천7백50만명의 실업자가 우글거리고 있다. UR협상이 타결돼 새로운 세계무역 자유화의 틀이 완성되면 이는 장기적으로 유럽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EC의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UR로 상징되는 다자간 무역질서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질서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미국이 유럽을 포함한 19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과 프랑스간 대립은 위험수위까지 치닫고 있다. 에두아르 발라뒤르 프랑스 총리는 『국제 무역규범에 어긋나는 미국 국내법에 복종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강력히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조치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제재 철회없이 GATT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대해 미국은 『반덤핑규제는 국제규범에 완벽하게 합치하는 조치』라며 「잘못된 신념을 바탕으로 도발적 언동을 한」 발라뒤르총리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의 원칙을 신봉하고 잇는 영국·독일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UR문제에서 프랑스의 완전고립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이렇게 될 경우 UR타결의 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독일분데스방크(연방은행)는 금리인하를 단행,재할인금리를 7.25%에서 6.75%로 낮추고,롬바르트금리(대은행 채권담보 단기간대출금리)도 8.5%에서 8.25%로 낮췄다. 비록 소폭이긴 하지만 일단 성의를 보임으로써 이번 회담에서 집중적인 화살이 독일에 쏟아지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기,특히 유럽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독일이 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 G7내 다른 나라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문제에 있어서는 G7내 유럽국들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 일본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1천4백억달러가 넘는 일본의 무역흑자 가운데 5분의 1이 대EC 무역흑자라는 점에서 EC도 일본에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방식에 있어 미국은 쌍무차원의 무역불균형 시정을 일본에 촉구하고 있는 반면 EC는 다자간차원의 해결을 선호하고 있어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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