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낙원" 북유럽 실업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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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복지낙원을 자랑하는 북유럽국가들이 실업문제로 몸살을 앓고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보호주의 물결과 경제블록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데다 사회복지비 충당을 위한 높은 세율과 공공부문 지출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마저 경기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신규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고 있어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스웨덴·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루터교를 신봉하는 탓으로 노동윤리가 유난히 강해 직업을 갖지 못하다는 것을 수치로 인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페카 코소넨 교수는 『스웨덴·핀란드인들은 유난히 사회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금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사회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스웨덴은 80년대 후방까지 2%대에 머무르던 실업률이 올 2월 현재 7.5%로 치솟았다.
여기에다 직업훈련원에서 업종 전환교육을 받고 있는 반실업자 숫자까지 합치면 실업률은 12%에 이르고 있다. 내년에도 전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순수실업률이 7%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0년대 말까지 직업훈련원에서 재교육을 방은 수련생 중 60∼70%정도는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나, 지난해는 고작 28%만이 새 직장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정부는 올해 마이너스 1.2%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적자도 늘어나자 국내총생산(GDP) 중 최고 70%까지 차지하던 사회복지비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실업수당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연금수혜자의 나이를 65세에서 66세로 늘리고,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집에 머무를 경우봉급의 90%까지 1년 동안 지급하던 제도도 축소키로 했다.
핀란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었던 소련이 무너지자 지난 2년 동안 GDP는 40%나 하락했고, 90년 초까지 4%미만에서 맴돌던 실업률이 지난 2월 현재 18%를 기록했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지난 1월 12%를 기록, 1930년대 이후 사상최고치를 나타냈다. 덴마크는 현재 실직의 경우 최고 22만5천달러 이내에서 실직이전 급여의 90%까지 최장 9년 동안 정부에서 보조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이에 따라 실업자들을 정규 근무자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공석을 메우면 이를 재교육과정으로 인정, 직종에 따라 임금의 70∼80%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유럽의 사회복지는 GDP대비 50%에 가까운 국민들의 담세률에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벌여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높은 소득만큼 높은 물가·생산비 속에서 상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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