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여름변덕 너무 심해/기상청 박명진예보관(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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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국지호우 잦아 예보 어려워
기상청의 여름은 「하늘과의 전쟁」이다.
컴퓨터를 통해 수치예보까지 하고 있지만 천변만화의 조화를 부리는 하늘의 속내를 제대로 짚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백㎜ 호우주의보를 발표했으나 하늘은 겨우 10㎜안팎의 비만을 내려 『늑대가 온다』고 소리치던 양치기를 만든다.
이미 6월10일부터 재해예방 비상근무를 들어간 기상청 박병진예보관(49)은 자신을 관상가 아닌 관상가라고 부른다.
『현재 기상예보의 적중률은 85%로 선진국 수준이지요. 그러나 나머지 15%가 재해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꼭 넘야할 벽입니다.』
특히 대륙성기후와 해양성기후가 교차하는 우리나라의 여름은 「쇠등을 사이에 두고 한쪽만 소나기가 올 정도로」 변화가 심한데다 최근에는 국지호우가 많아 정확한 예보가 점점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박 예보관은 4백50통이 넘는 문의와 항의성전화에 시달려야했다. 이날 서울 일원에 최고 60㎜의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졌던 것이다.
그러나 기상청의 공식발표는 0㎜.
영등포구청에 마련된 측우기에는 35㎜가 기록됐고,온수동쪽엔 60㎜가 내렸으나 정작 서울의 공식기상관측지점인 서대문 기상청 주변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속에 박 예보관은 아예 <집으로 출근>한다.
오후 2시30분에 출근해 전 근무자와 인수인계한뒤 일기도·위성사진·레이다분석 등과 싸우다 다음날 오전 11시에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가는 것이다.
『장마와 태풍이 몰려있는 여름을 나고 나면 머리가 한웅큼은 하얗게 세지요.』
검은 머리칼이 거의 보이지 않는 박 예보관은 『비와 바람은 곧바로 재해와 연결되는데,예보가 조금이라도 틀리는 날이면 모든 책임을 온통 뒤집어쓰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마지막 태풍이 예상되는 10월까지는 긴장의 연속이고 당연히 휴가도 없다.
『예보관은 10년동안 단 한차례의 여름휴가도 가지못했습니다.
이제는 가족들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지요.』
박 예보관은 『이번 7월중순 후반에는 장마와 함께 태풍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돼 휴가가는 직장인들은 되도록 이 기간을 피하고,재해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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