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 개방 대비 각종 규제 손질을"|천진환<럭키금성상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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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7월 시행되는 일본 종합상사의 무역업 개방을 앞두고 국내 무역업계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다.
일본기업은 한국기업보다 매출액·경상이익에서 13∼15배나 많고 해외지점수도 3배나 많다. 더욱 막대한 자금·정보력을 바탕으로 거의 전 세계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들이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결과는 뻔하다.
우선 국내 중소기업의「일본상사 신드롬」으로 일본상사가 풍부한 자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해외지점망을 통해 유리한 시장을 찾아 줄 경우 국내상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국내 중소기업에 무작정 애국심만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경제는 현실이다. 결국 국내 중소기업은 일본상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나갈 것이다.
국내 종합상사의 자생력문제도 심각히 대두될 것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일본상사 국내지점은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대기업으로서 각종 제도적 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상사보다 신규사업 참여 여건이 더 좋다. 과거 일본 제조업체가 미국 등으로부터 시장개방 압력을 받았을 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일본상사의 자국내 물류 역할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내 종합상사는 여신관리상 물류 분야에 대한참여가 제한돼 있다.
정부는 일본상사의 국내시장 개방이 국내상사들의 경쟁력강화에 자극과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지만 국내상사로서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국가 경제차원의 문제로 비하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읫이 예상외로 지혜를 활용, 골리앗과의 싸움을 이겼듯이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내 종합상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역업 개방을 계기로 종합상사는 조직·자금·경영력 등 경영자원을 좀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체질을 개선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수출과 국민경제에 있어 종합상사의 역함을 인식, 불합리한 제도적 규제를 빨리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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