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꿀맛 수박이라더니 물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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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부 양모(42)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수박을 한 덩이 샀다가 기분이 상했다. “비파괴 검사로 선별한 최고 당도 수박”이라는 말에 일반 수박보다 10% 정도 비싼 값을 냈지만, 먹어 보니 물처럼 밍밍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할인점 고객센터에 전화해 따지자 “당도 선별 과일 중에도 가끔 당도가 낮은 것들이 나온다. 가져 오면 교환해 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대형마트마다 비파괴 검사로 선별했다며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받는 고당도 과일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당도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비파괴 당도 검사 기계는 과일에 근적외선을 쏘아 빛의 굴절률을 바탕으로 당도를 추정한다. 설탕 성분이 많아 밀도가 높은 과일일수록 빛이 더 많이 꺾이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박·멜론처럼 껍질이 두꺼운 과일일수록 정확한 당도 측정이 어렵다는 것. 사과처럼 껍질이 얇은 과일은 초당 2~3개의 당도 검사가 가능하지만, 수박은 빛 통과 시간이 오래 걸려 하나 검사하는 데 3초 정도 걸린다. 껍질의 두께에 따라 투과하는 빛의 양이 달라 재배지에 따라 평균 껍질의 두께를 기계에 입력해 오차율을 줄이기도 한다.

 또 같은 과일이라 해도 햇빛에 많이 노출된 부분과 땅에 닿아 자란 부분은 당도가 달라 어느 부분에 빛을 쏘였느냐에 따라서도 측정 당도와 체감 당도의 차이가 생긴다.

GS리테일 정이동 과장은 “이를 막기 위해 보통 과일의 세 점에 빛을 쏘는 Y자형 검사를 하지만 수박처럼 큰 과일은 부분별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파괴 검사의 한계도 지적된다. 비파괴 검사 기계를 만드는 한성엔지니어링의 윤경수 과장은 “전체 검사 대상 중 68%는 표준오차율인 ±0.5브릭스(당도 단위) 내에서 오차를 보이지만 나머지는 더 큰 오차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가 많이 온 뒤엔 최고 당도 기준이 내려가기도 한다. 이마트의 최학묵 과일 구매관리자는 “평상시엔 12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특급으로 분류하는데, 장마철엔 이 기준을 11브릭스로 낮춘다”며 “우기엔 수분을 많이 빨아들여 모든 과일의 당도가 어느 정도 내려가는 것t 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브릭스(Brix)=당도를 나타내는 단위. 순수한 물 100g 중 들어 있는 설탕의 무게(g)를 나타낸다. 주스 당도 측정계를 개발했던 19세기 오스트리아 과학자 아돌프 F 브릭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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