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컬러매치 중년분위기 잘 연출|바이올리니스트 김 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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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바이올리니스트 김 민 교수(50·서울대 음대)는 아무리 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띄는 사람이다. 이것은 그의 외모가 출중하기 때문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 1백71cm의 키에 63kg인 그가 체격으로 좌 중을 압도할 리는 없다. 뛰어난 미남이라고 말하기에도 조금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분명 눈에 띄는 사람이다. 그는 깔끔하고 단정하다. 그렇지만 단정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규범적 엄격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서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심미적 취향이 느껴진다.
김 교수의 이런 독특한 면모는 그의 남다른 패션감각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흰 칼라가 달린 선명한 하늘색셔츠에 갈색 울 넥타이, 갈색 톤의 엷은 회색 더블버튼 양복차림. 보통사람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컬러매치를 그는 서슴없이 하고 무난하게 소 화해 낸다.
그는 또 넥타이와 같은 남성용 액세서리를 잘 이용할 줄 안다. 넥타이는 약간 들어올려 중간부분을 넥타이핀으로 고정해 청자화병 같은 자연스런 곡선을 만들어 내고 양복의 왼쪽 가슴에는 여러 가지 색상의 손수건을 꽂아 액선트를 주기도 한다. 양복은 언제나 다림질이 잘돼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양복바지가 후 줄 후줄 구겨진 채로 나서기도 한다. 그래도 이 구겨진 바지가 그의 깔끔한 인상을 구기지는 못한다.
그의 단정함은 오랜 생활습관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옷을 깨끗이 입으면 하루가 기분 좋고, 그러면 그날 모든 일이 잘 된다. 그러려면 스스로 나를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매일 자신의 광목교복을 다려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양말 한 켤레, 손수건 한 장까지 스스로 구입하고 관리한다.
이렇게 그의 의생활은 연륜이 깊어 감에 따라 이제는 빳빳하게 주름을 세우지 않아도 그가 입고 있으면 옷 자체가 깔끔해 보이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옷은 바로 인품입니다. 그래서 옷 입기에 나의 생활 철학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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