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삭감에 "찬바람"|미 명문대도 취업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몇년동안 계속된 미국의 경기부진 속에서도 지난해까지는 MIT·하버드·스탠퍼드·칼텍 (캘리포니아 공과대학)등 명문대학 졸업생들만은 취업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후 최악의 취업난이 벌어지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우수대학 졸업자까지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국방예산의 삭감이다. 노스롭·휴스사 등 이 신규채용을 대폭 줄임에 따라 이들이 갈 만한 곳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들 캘리포니아주 항공방위산업체들의 두뇌공급원역할을 한 칼텍의 취업현황을 보면 미국대학 졸업자들이 겪는 고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11일 칼텍을 졸업한 학생 2백25명 가운데 이들 항공산업체에 취직한 학생은 6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원 진학예정인 1백여 명을 빼면 1백여 명 이상이 당장 실업자가 될 운명에 놓인 셈이다.
칼텍은 대학원생까지 합쳐 2천명정도로 규모 면에서는 적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21명이나 배출한 미국최고의 공과대학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미국에서도 학력 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의 대학취업연구소가 지난해 대학졸업자 9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이들 중 35%가 대학졸업수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5년 전의 15%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취업전선은 계속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